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헨님 Jul 22. 2021

좋아한다고 자주자주 말해주고 싶어!

사랑이 가득한 어른이어도 괜찮으니까

나는 짧은 메시지에도 다정함을 듬뿍 담는 사람을 정말로 좋아한다.

배려하는 , 고마울  어떤 점이 얼마큼 고마웠는지를 절절하게 전하는 , 부탁을 전할 때도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묻는 , 부르는 소리에 생기가 가득하게 대답하는 말을 들으면 상대방이 그냥 통째로 사랑스럽다.


퉁명스러운 사람이 싫다.

어떤 이벤트에도 시큰둥하고 입꼬리가  옆으로 쳐져 있는 사람, 단답으로 똑똑 끊어지게 대답하는 사람, 추임새나 감탄사가 있어야 마땅할 곳을 그저 침묵으로 메우는 사람은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일할 때는 그런  프로페셔널하다고? 모르겠다, 업무 퍼포먼스가 너무나 훌륭해서 애티튜드에서의 감점을 모두 상쇄할 정도로 슈퍼듀퍼한 사람을 아직 겪어보지 못해서. 함께 일하는 동안 따뜻한 동료애,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사람들이 훨씬 믿음직스러웠다.



사랑스럽기로 말하자면, 최근   동안 새롭게 사귄  명의 친구들이 떠오른다.

한 회사에 다니지만 접점이 없어, 서로의 나이도 모른 채 영원히 지나칠 수도 있었던 J는 우연한 사건들로 만나 인생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다. 그 애는 천진난만한 성격만큼이나 해맑게, 의도치 않은 실수로 나에게 불편을 주었다. 그것도 2번이나! 몇 안 되는 회사 헬스장의 여성 이용자였기 때문에 실수의 범인은 쉽게 밝혀졌고, 두 번 다 그 애였다! 미안해하면서 폴짝폴짝 뛰어오던 모습과 호들호들하는 그 액션들 때문에 화가 하나도 안 났다. 꼼꼼히 돌아보아도, 나는 얘를 만나고 성격이 더 많이 좋아졌다. 성격이 좋아졌다는 건 타인의 평가가 더 필요하겠지만, 그러니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정을 부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이제는 좀 성숙하고 진지하고 다듬어져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나에게, 기쁘고 고맙고 신날 때는 충분히 방방 뛰면서 그걸 표현해도 된다는 걸 알게 해 주었다. 상대와 느끼는 온도 차이가 클까 봐 친해지고 싶고 내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말을 꽁꽁 숨기고 조심조심했었는데, 그 패를 먼저 뒤집어 보여주는 게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는 것도 배웠다. 그래서, 진짜로 인생이 많이 바뀐 기분도 든다.

 

마음이 복잡할 때면 제일 먼저 그녀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진다. 우리는 처음 번호를 교환한 날에, 업무시간 틈틈이 폭풍 카톡대화를 나누었다. 일과시간에는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어떤 부류의 고등학생으로 10대를 살아냈는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이성 스타일은 어떤 것인지, 엄마가 인생에 깊게 영향을 미친 사건들은 무엇이 있었는지를 두서없이 묻고 답했다. 마치, 소개팅 상대에게 짧은 순간 느낀 호감의 실체를 알아내려고 곧바로 탐색에 돌입한 것처럼 서로를  궁금해했다.


나는 알고 지낸 기간과 관계없이, 생각만 해도 행복감이 밀려오는 이들을 카카오톡의 즐겨찾기에 등록해 두었다. 메신저를 켤 때마다 그 친구들의 이름을 들여다보면 금세 힘이 솟는다. 자주 연락하고 약속을 잡는 적극성은 부족한 나지만,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한지! 내 글은 모두 어떤 사람에게서 출발하곤 한다. 카페에 앉아있다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고 한 명에게는 긴 안부 문자를 보냈고, J랑 만난 날을 떠올렸고, 한 명은 지금 이 카페로 나를 만나러 오고 있다! 와, 설렘이 밀려온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고 마음에 콕콕 드는 친구들이 자꾸 늘어나는 게, 솔직히 통장 잔고보다 더 든든하게 느껴지는 건 괜찮은 걸까. 아주 아주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 밥을 사고 문득 어울리는 걸 발견할 때마다 슬쩍 선물하는 데 잔뜩 써버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건 내가 아는, 가장 돈을 기분 좋게 사라지게 하는 방법이므로.



매거진의 이전글 가족을 잃어버리는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