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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묘 Sep 17. 2022

내가 1000루피가 아니라
100루피를 주었다고?

인도 바라나시 + 아그라

지금까지 여러 해 동안
담뱃값 위에 나를 죽이겠다고 공언을 해온 터이다.
그런데 내 나이 이제 여든둘이다.
고맙다, 이 비열한 사기꾼들아.
<나라 없는 사람> 커트 보니것


나를 도와준 청년에게 점심을 샀다.

전망 좋은 식당은 외국인 손님들로 가득했다.

계산서에 돈을 끼워 건넸다.

웨이터가 다시 오더니

내가 1000루피가 아니라 100루피를 주었다는 것.

난 분명 1000루피였다고 강조했다.

앞에 앉은 청년도 조용히 물었다. 혹시 내가 착각한 건 아닌지.

실랑이에 다른 손님들도 우리 테이블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주인이 왔다. 

자기네 웨이터가 속일 리 없다고 편들었다.

난 아니라고 그럴 리가 없다고 항의했다.

"3시간 전에 ATM에서 돈을 뽑았어요. 보세요. 내가 가진 돈은 모두 플랫 해요. 

그런데 이 100루피는 구겨져 있잖아요. 내 것이 아니에요."

주인은 안색이 싹 바뀌더니 웨이터를 데리고 갔다.

거스름돈을 받고 나올 때까지

모든 손님들이 까탈스러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거스름 돈을 주는 주인의 표정과 몸짓이 무척 격했다.

화를 내고 따지느라 나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동양인 여자 손님들은 부끄러워 잘 따지지 않는다고 들었다.

난 그러고 싶지 않았고. 100루피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


바라나시-아그라 기차표를 겨우 구했다.

축제가 끝나고부터는 표가 없어서 축제 중에 이동해야 했다.

아그라에 새벽에 도착했고 저녁에 떠나야 했다.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시칸드라는 깨끗이 포기하고.

아름다운 아그라를 마주 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타지마할 입장할 때 만난 한국 친구가 다시 오겠다고 해놓고 오지 않았다.

나를 발견하지 못했나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아닌 듯.

마음이 바뀌었나 보다.

나도 와이파이가 되는 식당으로 향했다.

이전 01화 바라나시에 도착해 맥주를 외상으로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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