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MSpir e Dition X Mar 31. 2024

[e] 나에게 거짓말을 해봐. 난 살아있다.®

■ "사느라 바빴던가. 죽느라 바빴던가."


https// :  사느라 바빴던가. 죽느라 바빴던가. com


화이부실 < 華而不實 > : 꽃은 화려하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다. 


오늘은 겨우 짬을 내어 퇴근 후 친구랑 술자리를 만들었다. “여행이 생각보다 비싸더라, 이번생에 못 사면 어쩌지?” 녀석에게 행복한 아이처럼 투정을 부려 본다. 이것저것 따지면 아무것도 못해. 여행 전문가가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충고를 했는데 “첫 번째로 일단 무작정 티켓을 끓어라.” 오늘 저지르고 나면 내일의 내가 알아서 수습한다는 거야.


녀석의 기특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나는 현실에 저당 잡혔다는 이유로 핑계라는 돌을 하나를 + 더 했고 그렇게 올려진 벽돌은 난공불락의 안시성처럼 거대해져 버렸다. 뇌는 본능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것을 거부하기 마련이다. 뇌에게 가장 첫 번째 보내는 신호는 안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우물 안 개구리다. 그래서 개구리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개구리는 물을 아주 천천히 데우면 끓는 물에서 뛰쳐나오지 않고 결국 서서히 죽게 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고통이 늘어 갈수록 불안이 익숙해진다. 빌어먹을... 점점 더 그 속에서만 안정감과 안락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결국 그곳이 나의 집이 되었다. 


"나에게 거짓말을 해봐. 난 살아있다. "


「 문턱은 넘어서면 어지러워. 내게 편한 나의 경계선이어서. 심장만 어지럽혀 치워 둔 쓸모없는 감정은 먼지 덮여. 여길 벗어나면 죽음. 익숙한 슬픔보다 낯선 행복이 더 싫어서, 걸음 버린 나. 헌신발이 될까만 겁이 나. 세상, 세월, 사람 날 꺾어 신어서. 잊고 있어. 문 앞에 수북이 쌓인 신문과 고지서처럼 나와 상관없는 세상의 생각, 요구들 내 앞에 늘어놓지 마. This is my home. Leave me alone. 여기만은 들어오지 마. 이젠 눈물 없이도 운다. 그저 숨 쉬듯이 또 운다.


내게 행복할 자격 있을까? 난 왜 얕은 상처 속에도 깊이 빠져있을까? 사는 건 누구에게나 화살 세례지만 나만 왜 마음에 달라붙은 과녁이 클까? 감정이 극과 극 달리고, 걸음 느린 난 뒤떨어져 숨 막히고 내 맘을 못 쥐어. 세상을 놓쳐. 몇 걸음 위 행복인데 스스로 한 단씩 계단을 높여. 누구에겐 두려운 일 하지만 내겐 웃음보다 자연스러운 일. 사람이 운다는 것은 참을수록 길게 내뱉게만 되는 그저 그런 숨 같은 일. Let me breathe. 슬픔이 내 집이잖아. 머물래 난, 제자리에. 잠시 행복 속으로 외출해도 반듯이 귀가할 마음인 걸 이젠 알기에. 집이 되어버린 슬픔을 한 걸음 벗어나려 해도 문턱에서 운다. 나도 모르게 운다.  집, 타블로 」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습관이다. “의지가 사람을 변화시킨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인간은 습관 덩어리다.”라는 말이 인간에게 더 어울린다는 것은 분명하다. 존 드라이든은 말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 그리하여, 현대 일상의 Climax는 둘 중 하나다. 


"사느라 바빴던가. 죽느라 바빴던가."






작가의 이전글 [e] 여행을 보면 탈출구가 보일까 영화를 틀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