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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Spir e Dition X Mar 30. 2024

[e] 여행을 보면 탈출구가 보일까 영화를 틀었다.®

■ 떠나지 못할 때, 떠나고 싶어도 떠나고 싶은데 떠날 수 없을 때


https// : 영화는 현실을 침묵시키고, 경험이라는 달콤함을 선서한다. com

 

평화로운 일요일. 집이지만 오늘도 여전히 밀린 업무를 하고 있다. 회사는 매번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일은 끝이 없다. 그래서 업무는 밀린다. 학생이었을 때 숙제를 뒤로 미루면 혼나면 되는 일이지만 미생에 나오는 대사처럼 "최선은 학교 다닐 때나 대우받는 거고, 직장은 결과만 대접받는 곳이다." 사회인에게 업무를 뒤로 미루면 사회에서 밀려나는 경쟁구조다. 인재는 언제든 대체가능하기 때문이다. 밀려나면 낭떠러지다. 


날개 없이 태어난 나는 바닥에 처박힐 일이다. 무엇보다 대충 해서는 그런대로 밖에 살수 밖에 없다. 나도 좋은 차, 좋은 집에 살고 싶다. 세네카는 가난하다는 것은, 너무 적게 가진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하지만 그런 의미라면 나도 한 번쯤은 가난해보고 싶다. 나는 진심으로 내가 제일 잘 되기를 빈다. 그래서 현실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현실을 놓치고 살아가야 미래를 잡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하는 것만이 오늘을 버터낼 유일한 방법이 된다. 

 

점심을 먹고 나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너무 부드럽고 달콤한 잠이었다. 죽는 건 두렵지만 이대로 사라진다면 그보다 더 큰 축복이 있을까? 하루의 정적을 깨트리는 소리. 핸드폰 진동이 울려대기 시작한다. 나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찰나의 행복을 놓칠 자신이 도저히 없다. 난 그냥 등을 돌리고 현실을 모른 체하기로 하기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동은 멈출지 모른다. 끝내 같이 자고 있던 침대가 일어났다. 녀석은 혼자 일어났다는 게 억울했는지 나를 흔들어 침대끝자락으로 몰아세운다.  비몽사몽 한 채로 전화기를 집어 들어 확인해 보니 녀석이었다. 나는 반가움 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이불속에 집어넣은 체  전화를 넘겨버렸다. 자고 일어나 보니 녀석이 여러 장의 사진을 보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녀석이 보낸 것은 영화 포스터였다.

 

인생, 친구가 있으세요? 그럼 됐습니다. 

내 곁에.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겁니다. -카피라이터, 정철- 

 

정착하려 했는데 여행을 선물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녀석이 보낸 포스터에는 나를 꼭 빼닮은 사람이 버스 지붕에 앉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느새 그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로 살 거야? 제일 멀리 가 본 게 어디야? 뒷동산이지?  그러지 말고 당신의 시간을 줘봐. 여행 속에 허덕이게 해 줄게. 그의 여행을 보면 탈출구가 보일까 봐 영화를 틀었다. 


현실에서 탈출은 없고 오늘도 떠나지 못할 때, 떠나고 싶어도 떠나고 싶은데 떠날 수 없을 때, 

그럴 때는 정말이지 영화밖에 없다. 영화는 현실을 침묵시키고 경험이라는 달콤함을 선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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