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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Jan 30. 2022

타인을 변화시킬 수 없지만 불쾌하게 만들 수는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어떤 글을 읽고 동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표현하지 못했다. 댓글을 다는 그 순간, 생각이 다른 나는 글을 쓴 사람과 '적'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적을 만들고 싶지 않고, 괜스레 충돌을 일으키기 싫어 쓰던 글을 지우고 나만의 생각으로 끝내버렸다.


그렇게 오랜 세월 표현하지 않고 갈등을 회피하는 태도는 고통으로 찾아왔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 똑같은 상황을 마주해도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판단하는 잣대가 다르다. 흑백논리에 가득 찬 내면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공간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멀리했다.


멀리하면 괜찮을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매일 누군가와 부딪힌다. 배우자, 친구, 자녀, 특히 마음이 맞지 않는 동료와 함께 한다. 그들과 대화를 하다가 감정이 상하고, 말을 잘못 전달하여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모의 잔소리에 말대꾸를 하다가도 다음에는 그들과 부딪히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갈등을 반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인간관계를 제대로 하고 싶은 욕구는 현대인의 내면에 가득하다. 쓸데없는 갈등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면 유독 타인과 관계가 돈독한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무언가 특별함이 존재할까?


관계가 원만한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다고 무조건 다투지 않는다. 하지만 관계가 썩 좋지 않은 사람들은 같은 생각을 갖고도 다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의 약 80% 정도는 의견 차이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지금의 모습은 지난 과거의 경험이 합산된 상태다. 자신은 적절한 대화 방식으로 진행했지만, 상대방의 문제로 갈등이 발생한다며 자신에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상한 탓이라고 간주한다. 정말 갈등의 원인이 상대방에게만 있을까? 이러한 생각은 대단한 착각이다. <당신은 타인을 바꿀 수 없다>에서는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갈등을 최소화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말한다


한국 사회는 집단주의 사회라고 부른다. 개인주의 사회라고 해도 사람들은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데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소속감은 사람들을 단결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사고하는 사람들을 선호한다. 그래서 주로 비슷한 사람과 의견을 같이 한다.


소속감을 느끼려면 당연히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결국 그 집단에서는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여 심적 고통을 느낀다. 과연 의식과 행동을 개선하는 작업이 공감 능력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우선 상대방의 감정적인 경험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미러링 한 다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공감적 미러링을 하려면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감정을 억누르라는 말이 아니라 적절하게 표현하라는 의미다. 좋은 소통은 자아상을 긍정적으로 바꾼다. 주체적이고 대인 관계 능력이 좋고 확신에 찬 자기 자신을 경험하게 된다. 어떻게 긍정적 자아를 만들 수 있을까?



감정적 안식처를 갈망하는 사람들


미국의 심리학자 마셜 로젠버그는 소속감에서 얻는 결속의 의미를 자신과 타인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일을 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사람들은 흔히 진실은 무조건 옳다는 잘못된 생각을 품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일종의 나르시시즘으로 소통과 해결을 방해하며,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폭발하는 미성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다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는 이유는 감정을 절제하지 않으면 사회의 금기를 깨기 쉽기 때문이다. 욱하는 그 순간 나도 모르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진실하다가 함의하는 바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말하되 사회적 필터를 장착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말하는 태도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미러링의 태도는 저자세를 취하는 행위가 아니다. 상황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고 현명하게 처신하는 행동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형성하며 살아간다. 스스로 어떤 것을 좋게 생각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어떤 것을 가능하다고 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등은 개인적인 가치관과 관련 있다. 어떤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즐거움'이라면 더 이상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일에는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감 능력도 훈련하면 향상될까?


어떤 사람의 성격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가치관과 사고방식 외에 그 사람의 관심을 조정하는 내면의 프로그램이 내재되어 있다. 바로 메타 프로그램이다. 메타 프로그램은 무의식 깊은 곳에 감춰져 있으며, 내면의 상태나 스트레스 여부에 따라서 다르게 작동한다.


자신은 현재를 중요시하는지, 아니면 과거 또는 미래를 중요시하는지 생각해 보자. 어떤 시점을 중요시하느냐에 따라 설득의 방향 또한 달라진다. 왜 자신의 메타 프로그램을 알아야 할까? 꾸준히 사람들과 공감하며 소통하려면 진정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력은 원한다고 바로 얻는 건 아니다.


미러링 하기, 관심을 기울여 소통하기, 좋은 관계 유지하기 등 결심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객관적 시선으로 관찰하고 깨닫는 과정을 건너뛴다면 자신의 의도로 뭉쳐진 결심들은 곧 흐지부지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결심을 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대화를 잘 이끌어내야 한다는 책임은 느끼지만 실패할까 봐 두려워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삶은 변화의 과정


우선 자신의 요구와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지라도 한탄하거나 좌절하지 말자. 자신의 눈에 띄는 특징들이 처음에는 아무리 짜증 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건설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나아지려면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다.


어떤 사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지 공감하는 태도를 취하고 신뢰를 조금씩 형성하면 그 사람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악의가 있거나 음모를 꾸미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냥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단점과 장점을 가진 사람이라는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인간은 대부분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해도 항상 타성이 발목을 잡는다. 튼튼하고 안전한 관계를 추구하려 하지만 막상 마주하면 변화하는 데 두려움이 크다. 앞으로의 계획을 거창하게 세워도 막상 실현하려고 하려면 머뭇거리는 게 인간이다.


인간관계를 개선하려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론적으로는 뭔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반복되는 오해와 대립을 그냥 받아들인다. 우리는 안전 욕구와 변화 욕구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리고 대부분 안전을 선택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의 삶은 변화의 과정이다. 지금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해할 수 없어도 존중할 수는 있다


보통 사람들은 외부 상황의 영향으로 감정이 변한다고 생각한다. 그 감정은 오롯이 나의 몫이다. 감정 상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수면이 부족해서, 출근길에 버스를 놓쳐서 기분이 나쁠 수 있지만 단지 의식의 문제라 볼 수 있다.


이미 일어난 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다. 이러한 일에 화를 낼 가치가 과연 있을까? 특정한 사건에서 발생하는 자신의 반응을 자주 성찰하는 태도를 통해서 의식적으로 감정에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정적인 조건에 대응하고 벗어나려면 꾸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 하나씩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자신이 분노하는 지점과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을 인지하는 날이 많아진다. 타인의 모든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이해할 수 없더라도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는 의지로 가능하다.




우리는 감정들을 억압하고 표면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감정을 드러내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싫어하게 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거나 남들에게 비호감으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우리의 잠재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마음속 가장 깊숙한 곳에 들어 있는 감정을 느끼는 감각을 키우려면,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성찰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공감은 강한 결속을 만들고, 공감 거부는 사람들을 서로 멀어지게 만든다. 결국 타인은 바꿀 수 없다. 자신이 먼저 공감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이롭지 않을까.




참고 도서 : 당신은 타인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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