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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Feb 05. 2022

좀비는 서로 공격하지 않는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지금 우리 학교는> (이하 지우학) 넷플릭스 드라마는 학교 폭력 장면으로 시작한다. 다른 학교로 전학 갔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쫓아가 괴롭히는 가해자의 모습이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가해자는 다름 아닌 효산 고등학교의 과학 교사의 아들이었다.


과학 교사는 자신의 아이가 당하기만 하지 말고 직접 맞서서 싸워라도 보라고 말한다. 마치 궁지에 몰린 쥐가 가끔은 고양이를 물듯 말이다. 과학 교사(병찬)은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발생하는 호르몬을 쥐에서 추출하여 바이러스를 만든다. 그리고 아이가 피해자들에게 폭력을 당한 날 아이의 몸에 투여한다.


그렇지만 병찬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너무 궁지에 몰리면 크게 반발하여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 만다. 병찬의 아이는 점차 이성을 잃어버리고 가장 가까운 가족인 엄마를 물어버리고 감염시킨다.



효산 고등학교에는 여러 아이들이 학교 폭력에 피해자로 등장한다. 다른 학교로 전학 간 병찬의 아이를 제외하고 두 명의 아이가 존재한다. 피해자는 장난이었다며 학교폭력 위원회가 열린 자리에서 일진인 자신을 지목한 나머지 두 명의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가한다.


가해자 중 한 명인 학생은 과학실의 청소에서 늦잠을 자다가 무언가 소리를 듣고 과학 교사의 연구실의 문을 연다. 그곳에서 발견한 햄스터에게 손가락을 물린 뒤 문을 빠져나가는 도중 병찬과 마주친다. 병찬은 그 학생이 햄스터에게 물린 사실을 알고 감금한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쥐처럼 엄청나게 강해진 학생은 포박당한 끈을 풀고 자신의 교실로 찾아와 자신을 묶고 이상한 약을 투여한 병찬을 담임 교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그리고 양호실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체온이 급격히 낮아진 모습을 확인하고 근처 병원으로 이송된다. 주사약을 투여하는 과정에서 손을 물린 양호 교사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좀비로 변하고 학교는 일대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는 당일 학교 옥상에는 가해자인 두 명의 학생이 생을 마감하려 한다. 그 순간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은지는 좀비로 변한 학생들이 다른 학생을 공격하며 모두 하향평준화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는 모두 좀비가 되어가는 그 과정에서도 정상인 자신들은 다시 집단 따돌림이 되었다며 한탄한다. 그 어디에도 소속하지 못한 자신들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나 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집단 안에 소속되지 못하고 남들과 다른 성향, 다른 생활 수준이 그들의 계급 사회로 몰아넣었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공존을 배우지 못한다.


좀비로 변해가는 학생들 사이에서 탈출하며 방송실로 모이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분쟁은 극화된다. 기생수(기초 생활 수급자)인 경수를 평소에 못마땅해하는 나연은 누가 봐도 악역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초 생활 수급자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부유한 아파트의 단지 내의 길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문을 막아버리고 등굣길을 돌아가게 만드는 어른들의 차별과 보이지 않는 계급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투사된다.





이러한 서로 다른 사회를 살아가는 모습에는 또 다른 차별이 발생한다. 그건 다른 아닌 반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남라다. 항상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학생들과 함께 섞이지 못하고 친구 하나 없는 남라는 또 다른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까.


자신의 부모의 재력으로 반장이라는 타이틀이 생긴 걸 모든 학생들이 알고 있어서 선뜻 나서지 못하는 남라는 공부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 않을까. 그렇게 공부를 잘하지만 사회성이 떨어지는 아이가 명문 대학, 대기업을 간다 한들 과연 행복한 인생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간혹 학교 폭력에 시달리며 왜 신고하지 않는지 의문인 사람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건 너무 무지한 생각이다. 대부분의 학교폭력은 가해자와 함께 하는 시간이 안전한 부모의 곁이라는 환경보다 압도적으로 길다. '신고'라는 행동은 학교 내에서 처리가 되고, 제일 앞장섰던 가해자만 처벌받고 나머지 학교폭력에 가담했던 아이들은 다시 피해자의 곁으로 돌아온다.


다시 돌아온 가해자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공포감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그리고 평소에 방관하던 다른 아이들이 다시 도움을 줄 용기를 낼 수 있을까. 학교 내에서 일어난 일은 학교에서 처리하면 된다는 지우학의 교장 말처럼 경찰이 개입하면 학교폭력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오명을 얻어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제도로 경찰이 아닌 학교 내에서 친구끼리 장난이 지나쳤던 일이라며 일단락 처리되는 과정도 아이들의 신고 후 보복을 더욱 두렵게 만든다. 보호받아야 마땅한 아이들이 학교 일은 학교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이 오히려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치닫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그 아이들을 보호하려면 학교의 울타리 만으로는 버거워 보인다.



과연 아이들은 '신고'라는 제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결국 신고해 봐야 소용없다는 무기력에 빠지지 않을까. 그리고 장난이라는 말로 오랫동안 괴롭힘당하면 그 공포는 신고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게 만든다. 행여나 용기를 내어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너에게도 어떤 원인이 있으니까 아이들이 그러는 것 아니냐며 학교폭력 자체를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학교가 불타버려서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은지의 상황처럼 말이다.


좀비는 계급을 가리지 않고 물어뜯어 하향평준화 시킨다. 넷플릭스 K-좀비 드라마 <킹덤>에서도 좀비는 상대가 노비든, 양반이든, 대감이든 가리지 않고 물어버린다. 지우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자신과 같은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물론 귀남처럼 바이러스의 변이를 통해 학교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좀비가 탄생하기도 한다. 귀남은 일진의 공포와 두려움으로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되지만 그 안에는 자신의 나약함이 알려질까 봐, 그래서 혼자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지우학에서 최고의 빌런으로 등장하는 귀남이지만 그는 항상 아이들을 찾아간다.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자신을 드러내려고 아무도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학교에서 생존한 아이들을 끊임없이 찾아가서 괴롭힌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과 함께 공존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남라처럼 말이다. 억지로라도 집단에 소속되어 인정 욕구를 해소하고 싶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고수한다.


이러한 귀남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청산은 무섭지도 않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을 건넨다. 지우학에서 단 한 번 나오는 귀남의 눈물은 청산의 일침 이후에 등장한다.


아이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집단에서 배워야 하는 배려, 존중, 그 사회의 문화를 만들고 물려준 그 누군가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생존 한 학생들을 면담하는 장면에서 아이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어른의 모습은 반성하게 만든다. 온조는 더 이상 어른을 믿지 못하겠다면서 협조를 부탁하지 말아달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미래다. 그 아이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면 기성세대가 먼저 변해야 하지 않을까. 차별과 혐오, 보이지 않는 계급을 만들어 놓은 여러 사회 현상을 아이들이 그대로 답습하지 않도록 적어도 아이들을 보살피고 돌봐야 하지 않을까. 온조와 청산의 엄마 아빠만 등장하는 지우학. 나머지 학생의 부모는 어떤 사람들인지, 왜 등장하지 않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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