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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준원 Feb 15. 2022

집중력을 빼앗긴 시대, 산만한 뇌를 고치려면?

100년 전만 하더라도 인간의 기대 수명은 그리 길지 않았다. 산업 혁명을 거쳐 인터넷 혁명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은 훨씬 나아진 듯 보인다. 그런데 왜 우리의 기분은 점점 나빠질 수 있을까?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있던 시기도 없었는데 왜 점차 더 많은 사람들이 외롭다고 느끼는 걸까? <인스타 브레인>의 저자는 책을 통해 이러한 질문들에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파헤친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전에 왜 인간은 잘못된 정보에 취약한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정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파악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이 발전하는 기술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런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간이 기술에 적응하는 게 아니라 기술이 우리 몸에 맞게 개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뇌는 기술에 적응하도록 빠르게 진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아직도 수렵 채집인과 유사하다


지금의 인간은 의미도 목적도 없는 진화의 결과물이다. 진화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며 해를 끼치거나 도움을 주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저 지구라는 환경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다. 생존과 번식 확률을 높이는 유전적 특질은 몇 만년이라는 세월을 거치면서 차츰 보편적인 특질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통해 칼로리의 욕구가 내재화된 몸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 현대 세계에서 칼로리는 사실상 어느 정도의 돈만 있으면 거의 무한대로 제공된다.


선사 시대에는 음식을 먹지 못하여 굶어죽는 기아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일이었다. 현대 사회에서 기아는 어는 정도 정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뇌는 음식을 보면 무조건 섭취하고 먹지 못할 수많은 날을 대비하여 지방으로 비축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음식을 찾으려면 수많은 포식자를 경계해야 하는 단점이 존재한다. 수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투쟁-도피 반응이 발생하여 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현대 인류는 체력이 강하고 공포심을 빠르게 감지하여 살아남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감정은 생존 전략이다. 감정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반응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과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뇌가 모두 결합하여 만들어낸 무언가이다. 이러한 뇌의 반응으로 우리는 다양한 행동을 취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보다 우세하다. 부정적인 감정이 역사적으로 위협과 연관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환경을 마주한다면 즉각 대처해야 한다.


현대인에게 삶의 질을 개선한 기술의 발전과 감정은 어떤 연관이 있길래 <인스타 브레인>에서는 진화와 관련된 감정을 이야기할까?



신체의 일부가 되어버린 신종 모르핀


현대인 중 40%는 핸드폰만 쓸 수 있다면 온종일 말 한마디 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우리는 하루에 2,600번 이상 핸드폰을 만지며 깨어 있는 동안에는 평균 10분에 한 번씩 들여다본다. 핸드폰에서 울리는 각종 SNS의 알람은 우리의 도파민을 자극한다. 자신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신호가 알람으로 나타난다. 도파민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선택하도록 만든다.


도파민은 인간의 엔진이다. 뇌의 보상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해왔다. 자신이 어떤 목표를 정하고 해냈다는 성취감도 도파민을 분비하여 같은 행위를 자주 하도록 북돋는다. 그런데 핸드폰의 다양한 앱은 보상 시스템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에 직접 침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루에도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뉴스 페이즈, 메일 혹은 SNS는 선사 시대 사람들이 새로운 장소나 음식을 발견했을 당시와 동일한 방식으로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한다. 대부분 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읽었을 때보다 알림음을 들었을 때 도파민이 더 많이 분비된다. 어쩌면 중요한 내용일지도 모른다는 강렬한 갈망은 핸드폰을 자연스럽게 집어 들게 만든다.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는 14세 전까지 아이의 핸드폰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핸드폰을 개발하고 인터넷 혁신에 앞장서는 꽤 영향력 있는 기술 업계 거물들의 이 같은 사례는 그들 사이에서 유별난 게 전혀 아니다. 왜 그들은 자녀들에게 핸드폰 사용을 금지했을까?


당연하게도 핸드폰에서 수시로 울리는 푸시 알림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느낌은 감정적으로 흥분되거나 위험과 관련 있는 뇌의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하여 학습보다는 핸드폰으로 집중하도록 만든다. 핸드폰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우리 몸속으로 침투하는지, 왜 핸드폰을 무시하기가 그토록 어려운지 진화의 관점으로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우리를 사로잡는 핸드폰의 탁월한 능력에 어떤 영향을 받고 있을까?



집중력을 빼앗긴 시대


현대 사회는 디지털 생활 방식을 취한다.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려는 멀티태스킹을 뜻한다.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은 사실 집중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 동시에 여러 일을 하려고 하지만 결국 과제 사이를 뛰어다니고만 있을 뿐 그다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인간은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하려고 하면 집중력과 기억력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독서를 하는 중간에 잠시 카카오톡을 보거나 인스타, 페이스북의 알람을 확인하다 보면 시간을 순식간에 흘러간다. 잠시 확인하는 SNS의 알람은 보더라도 다시 본연의 일에 집중하려면 몇 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단지 알람을 듣고 집중력이 저하되는 순간이라면 핸드폰을 치우면 되지 않을까? 단지 컴퓨터를 끄고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꾸면 되겠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꾸어도 뇌는 무의식적으로 디지털 기기의 매력을 항상 인식하고 있어서 이를 무시하려면 정신적 대역폭을 사용해야 한다.


사방이 온통 디지털 세상에서 펜으로 필기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펜으로 필기할 경우에는 대부분 키보드처럼 빠르게 적을 수 없어서 어떤 내용을 적을지 우선순위를 따지게 된다. 뇌는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가 어디에 저장되어 있는지를 우선순위로 삼는다. 정보가 어딘가 다른 곳에 저장될 거라고 믿으면 우리의 뇌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데, 이런 현상을 '구글 효과' 또는 '디지털 기억상실증'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전화번호 정도라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신의 중요한 업무라면 문제가 발생한다. 사회생활에서 여러 사람과 어울려 살려면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정보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깊이 있게 무언가를 배우려면 사색과 집중이 더욱 중요해진다.



SNS를 끊고 기분이 나아진 사람들


사람들은 대화의 80~90%를 자기 이야기나 뒷담화로 채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소문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들과 나의 관계가 어떠한지 파악하는 행위에는 이점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동물과 달리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존재로서, 그 덕에 서로 협력하여 생존할 수 있었다. 언어라는 강력한 도구로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능력도 배양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낼 기회도 얻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뒷담화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도 내재된 보상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사회적 관계를 SNS는 절대 대신할 수 없다. 여러 사람과 어울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사람들의 반응에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지만, SNS는 이러한 검열이 없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내뿜을 수 있다. 비록 검열되지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자신감이 낮고 불안정한 사람은 오히려 SNS로 인해 우울해질 위험이 상승한다. 자신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타인의 검열이 없는 이야기를 보며 자주 비교하기 때문이다.


만약 공짜로 SNS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잘못 짚은 것이다. 페이스북, 스냅챗, 트위터는 자유롭게 메시지와 사진, '좋아요' 같은 디지털 인정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주는 곳이 아니다. 이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우리의 관심이다. SNS가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질투를 유발하며 가짜 뉴스를 확산시킨다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활동'을 접는 것도 썩 괜찮은 발상이다.




디지털 시대는 인류가 겪어온 사회 변동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며 빠르다. 그리고 기술의 혁신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우리는 진화의 방향과는 상당히 다른 낯선 세계에 살고 있다. 뇌는 여전히 상방 곳곳에서 위험을 살피던 수렵 채집인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주의가 산만해지며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수행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여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사람만 팔로우하여 집중력을 다른 곳으로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150명 이상의 사람과 교류하기 힘들다. 모든 사람과 친목을 도모할 수 없으므로 자신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향으로 SNS를 활용하면 어떨까. 모두가 아닌 소수의 피드에 적극적인 활동으로 소속감과 강한 친밀감을 형성해보자.





참고 도서 : 인스타 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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