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회사까지 대략 10분가량 걸어서 이동한다. 회사까지 걸어가는 도로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가게들이 아침부터 분주한 모습이다. 출근하는 직장인에게 테이크 아웃 커피를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아침 일찍부터 오픈 한 가게가 한둘이 아니다.
카페는 건물마다 하나가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의 가격을 2000원으로 대부분 통일했지만 1800원으로 살짝 할인하며 고객을 유치하는 매장도 생겨났다. 한잔이라도 더 팔아야 남는 장사 아니겠는가.
그런데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다고 1800원 커피 매장을 찾지 않는다. 물론 누군가는 200원 더 저렴한 커피를 선호할지 모른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분명 자신의 입맛에 딱 알맞은 커피 매장일 수도 있다. 가격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누군가는 커피의 맛일 수 있지만 내가 그곳을 방문하는 이유는 전혀 다르다. 내가 자주 찾는 매장은 회사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한 카페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친밀감에 있다.
지금 직장으로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던 시기에 카페 사장님이 바뀌었다. 가게의 이름은 그대로 유지한 채 로스팅하는 사장님이 변경된 사실을 알고 호기심에 질문을 던졌다.
“어라. 사장님이 바뀌었네요. 근데 예전 상호를 그대로 쓰시는군요.”
사장님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어떤 경유로 카페를 인계받았는지 이야기해 주었다. 나름 괜찮은 원두를 쓰고 있기도 하고, 회사 옆 건물이라는 지리적 이점도 있어서 자주 방문했다. 회사 카페도 있어서 비가 오거나 더운 날에는 피했지만 어지간하면 그 카페로 향했다.
어느 날 카페를 방문했을 때 사장님이 팔목에 보호대를 착용한 모습을 발견했다. 누군가는 그 모습을 보아도 별 느낌이 없을 수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팔목이 아픈 상태에서도 최선을 다해 일하는 모습에 동질감을 느꼈다. 손목이 아파도 마우스를 붙잡고 열심히 컴퓨터 앞에서 작업하는 내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한마디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이고.. 손목이 많이 아프신가 봐요. 보호대를 하실 정도면..”
살짝 건넨 말에 사장님은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네. 손목이 조금 아파요.”라고 가볍게 답변하며 테이크아웃 커피를 내주었다. 조그만 사탕과 함께. 그렇게 안면을 트고 출근길에 매장을 지나칠 때마다 눈이 마주치면 사장님은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매일 인사하는 관계가 형성되어서 눈에 보이는 모습에 변화가 생기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얼마 전 아들 녀석을 혼내는 과정에서 주먹으로 책상을 쳤다. 순간 손이 욱신거리며 통증을 인식했다. 별일 아니겠거니 시간을 보냈지만 통증은 점차 심해졌고 얼음 찜질로 응급처치를 했다. 출근길에 들른 정형외과에서는 오른쪽 손등의 뼈에 아주 미세한 금이 생겼다고 엑스레이를 보여주었다.
결국 6주간 깁스를 해야 했다. 오른손 깁스를 하고 카페에 방문했을 때 사장님은 놀라서인지 눈을 커다랗게 뜨며 왜 다쳤는지 안부를 물었다.
“아이고.. 어쩌다 다치셨어요? 많이 불편하시겠어요..”
이러한 관심의 한마디 말에 다정함을 느꼈다. 아주 사소한 듯 하지만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안부를 묻는 느슨한 관계가 사람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깁스를 한 지 3주가 지난 시점에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여도 손등에 통증이 생기지 않아, 팔목 보호대로 교체했다. 깁스가 아닌 보호대라고 해도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구분하기 쉽지 않을 정도긴 하다. 그런데 출근길에 카페에 들러 주문하려 하자 사장님은 단박에 알아보시고 다정한 한마디 말을 건넸다.
“와. 이제 손을 조금 쓰셔도 되나 봐요. 다행이에요.”
따뜻한 말 한마디도 고마운데 커피와 함께 사탕하나를 살포시 끼워주셨다. 아무리 커피가 맛있고 가격이 저렴한 곳이 있다 해도 내가 유독 이곳을 이용하는 이유다. 다정함은 우리의 정신을 건강하게 만드는 숨은 요인이다. 사람 사이의 느슨한 연결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서로 관심을 갖고 관찰하는 사소한 행동으로 관계가 형성되고, 이러한 관계에서 다정함을 느낀다면 생존 확률은 당연히 향상될 것이다.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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