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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로운달빛 Apr 30. 2024

첫 책 <수상한 롤러코스터>를 출간했습니다 - 1편

출간 소회와 비하인드 스토리

첫 번째 책, 청소년향 판타지 소설 <수상한 롤러코스터>를 출간했습니다. 


온라인 서점부터 업로드된다는 소식을 듣고 네이버에 얼른 책 제목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내가 쓴 책의 제목과 그 옆에 나란히 적힌 저자명을 보니 진짜 책이 나오긴 나왔구나. 하고 실감이 났습니다. 오프라인 서점에 배본되었다기에 차를 타고 15분 정도 가야 하는 영풍문고로 향했습니다. 서점 문으로 들어서는데 별안간 긴장이 되어 '심장아 나대지 마.'를 되뇌어야 했습니다. 


책 표지가 아주 화려한터라 금방 책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 코너 매대 위에 올려진 책을 만지작거리고 있자니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며 황홀하기도 하고, 뭔가 발가벗겨진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쁘다기보다는 뭐랄까, 나의 부족한 글이 서점 매대에 올라가 있는 것이 민망하고 부끄러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책 출간의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짧은 소회를 남깁니다. 책 출간을 준비하시는 분들께도, 그리고 첫 책 출간의 설렘을 잊고 어느새 글쓰기에 싫증난 미래의 나에게도 초심 회복에 도움이 될만한 글을 남겨 놓고자 합니다.



발단. "엄마랑 같이 한번 써볼까?"


어느 날, 초등학생 딸이 느닷없이 장래에 동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독서에 그다지 흥미가 없는 아이인지라 동화 작가가 되겠다는 그녀의 말은 정말 문자 그대로 느닷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딸 친구의 꿈이 동화 작가였는데, 아이는 그것이 좋아 보였던 모양입니다. 아이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눈을 위로 치켜뜨며, 머리 위에 생각 구름을 만들어 상상의 세계로 빠져 들었습니다.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아이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짧은 동화 한 편을 써 보는 것이 아이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그럼, 엄마랑 같이 한번 써볼까?"

"진짜? 엄마, 동화 다 쓰면 책으로 낼 수 있어?"

"음... 가능하지!"

"그럼, 서점에서 내 책이 팔리는 거야?"


아이는 이미 책을 출간한 동화 작가처럼 잔뜩 흥분해서 말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그때 아이의 표정은 영풍문고 매대에서 내 책을 발견한 저의 황홀한 표정과 아주 똑같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동화를, 엄마는 어린이를 위한 소설을 쓰기로 했습니다. 



전개. 반복된 꿈


저는 어린 시절 똑같은 꿈을 여러 번 꾸곤 했습니다. 그중 잊을 수 없는 꿈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가다가 롤러코스터가 360도 회전하기 위해 거꾸로 철로에 매달린 순간, 잠금장치가 풀리며 어디론가 빠지는 꿈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어디론가 새로운 세계로 빠져 들어갔는데, 어디로 갔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롤러코스터 좌석에서 머리부터 거꾸로 떨어지던 공포스러운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저는 그 꿈을 모티브로 삼아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롤러코스터에서 떨어진 아이. 그리고 아이가 가게 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말입니다. 


저의 MBTI는 INFP인데, 그중에서도 "N" 성향이 강력합니다. 한번 상상에 빠지면, 그 상상이 끝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저 멀리 퍼져 나갑니다. 저의 이런 성향이 오로지 상상만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하는 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에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상상의 이야기를 의식의 흐름에 따라 문서로 옮겼습니다. 아, 물론 이쯤 되었을 때 딸은 이미 동화 작가의 꿈을 버리고,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났더랬지요. 저는 혼자 필에 충만하여 먹지도 자지도 않고 새벽까지 눈에 불을 켜고 이야기를 써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3주 만에 A4 약 180매에 달하는 초고가 완성되었습니다. 지금 돌아봐도 믿기지 않는 속도였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완성하고 나니, 이대로 우리 가족들끼리만 돌려 보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쓴 이야기이지만 다시 읽어봐도 재미있었거든요! 저는 용기를 내어 출판사에 문을 두드려보기로 했습니다.



위기. 투고 - 반려 - 투고 - 반려 - 투고 - 반려의 무한 루프


인터넷을 뒤져 <출간기획서> 양식을 찾아 고치고 또 고쳐보았습니다. 애초에 '로그라인'이니 '시놉시스'니 이런 것을 완벽하게 정리해 놓고 시작한 소설이 아니었던 터라 출간 기획서를 쓰면서 오히려 이야기의 핵심 내용과 주제 등이 명확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책을 쓰게 된다면, 그때는 출간 기획서부터 쓰고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3주 만에 썼던 초고는 퇴고에 퇴고를 거쳐 <최최최종진짜마지막최종제발최종.docx> 버전을 만들어 내며 약 3개월의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남편의 도움이 매우 컸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내용, 캐릭터성에 맞지 않는 대사와 행동들, 작위적인 설정 등을 매의 눈으로 잡아내어 주었고, 이야기의 내용이 대폭 수정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봐줄 만한 출간 기획서와 원고가 완성되자, 출판사 리스트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출판의 세계가 생각보다 아날로그적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원고 투고는 대부분 이메일로 받고 있었고, 제대로 된 출판사 홈페이지가 없는 곳도 많아서 정말 수기로 하나하나 이메일 주소를 수집해야 했습니다.


원래 저의 직업이었던 IT 서비스기획자의 본성으로, 원고를 투고하고 싶어 하는 공급자인 작가와, 좋은 원고를 찾고 싶어 하는 수요자인 출판사들을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 활발히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만들어 주세요!)


그렇게 수집한 이메일 주소로 한 땀 한 땀 메일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림은 길었습니다. 잘 받았다는 답변을 주는 출판사는 그래도 정말 감사했습니다. 분명 메일 '수신확인'은 되었는데 묵묵부답인 곳이 훨씬 많았습니다. 저의 원고가 제대로 검토가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져가던 무렵, 약 2주 정도가 지나자 반려 메일이 우수수 날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속이 쓰리긴 했지만 아무 경력도 없는 무명작가의 소설이 채택된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전부 다 거절당하면 개인적으로 100부 정도 찍어서 주변에 나눠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또 한통의 반려 메일이 메일함을 채웠습니다.


'...... 출간을 반려하게 되어 유감이고, 인연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 저희도 아쉽지만 다음번에 더 좋은 기회로 만나 뵙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쉬웠지만 검토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답신을 했는데, 1주일 후 다시 한 통의 메일이 날아왔습니다.



절정. 출간계약서 날인


'얼마 전, 반려 메일을 보내드렸는데,

선생님의 원고를 조금 더 들여다봤으면 하는 의견이 나와
1주 정도의 시간이 추가적으로 소요될 것 같습니다.

긴 시간이시겠지만
여유를 가지고 조금 더 기다려주시면
내부 편집자들의 검토 결과를 다음 주 중으로 다시 회신드리겠습니다.'


심장이 두근두근하기 시작했습니다. 

1년 같은 1주일이 지났습니다.


출판사 편집자님께 한번 같이 해보자는 메일이 왔습니다! 

거의 신입사원 공채에 합격했을 때의 기분과 맞먹었습니다. 오랜만에 단전에서부터 꺄아악! 하고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출판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계약금 명목으로 선인세가 입금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끝났다고 생각했던 길고 퇴고의 과정을 한 번 거치게 되었습니다.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1) 주인공 국적 배경 변경 2) 에필로그 삭제 이렇게 두 가지였는데요, 이 내용은 길어질 것 같으니 별도로 글을 업로드하겠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편집자는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반적인 소설의 구성에 대한 조언은 물론 조사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피드백해주셨고, 그 과정에서 작가와 부드럽게 커뮤니케이션하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편집자님, 감사했어요!)


시간은 흐르고 흘러, 출간 계약 후 거의 1년이 지났습니다. 편집자님이 저와 출판 계약 한 것을 까먹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긴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처음 계약할 때, 출판사 일정에 따라 실제 책이 나오기까지는 거의 1년 정도 걸린다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총 3차 교정 작업까지 완료한 후, 드디어 표지 시안이 나왔습니다. 소설 속 캐릭터들의 모습과 배경이 이미지화되어 있는 표지를 보니 감격이 밀려왔습니다. 두 가지 시안 중에 좀 더 눈에 확 들어오는 노란색 베이스의 표지로 선택했습니다. 표지 선정과 책날개에 들어갈 작가 소개 및 디자인까지 모두 컨펌하고 나니 이제 정말로 책이 나오는 일만 남았습니다.



결말. 드디어 책이 나오다!


2024년 3월 6일 <수상한 롤러코스터>가 정식 출간 되었습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5197588


책이라 주변 지인들이 우르르 구매를 해주어 아주 잠깐이지만 청소년 분야 베스트셀러에 들기도 했습니다. 책을 구매한 지인들이 종종 저자 사인을 부탁하는데, 아직도 그것이 너무나 민망합니다. 언젠가 책이 두 권, 세 권이 된다면 이 부끄러운 저자 사인도 익숙해질 날이 오겠지요? 


책이 한 권, 두 권 판매되면서 독자 리뷰도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서평단도 진행해 주셨고요! 가장 저를 감동시켰던 리뷰는 기나긴 서평이 아닌 '해리포터보다 재밌어요!! 단숨에 읽어버렸어요~'라는 한 줄 리뷰였습니다. (주변 지인들은 너도 '조'씨고 '조앤롤링'도 '조'씨니까 '조앤롤링'처럼 되라며 바람을 있는 대로 넣어주었습니다. 저는 참 인복이 많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퇴고 과정 중에 바뀐 이야기와 이미 써놓고 어쩔 수 없이 빼야 했던 에필로그 전문을 업로드하려고 합니다. 이미 책을 읽은 독자 여러분이 계시다면, 숨겨진 에필로그를 읽는 소소한 재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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