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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울 Mar 28. 2024

삶에 필요한 모든 것

아침편지 11



엄마가 어제 의성 산수유마을에 다녀왔다고 사진을 보내줬습니다.



  상쾌한 아침입니다. 오늘은 3월 27일, 수요일이네요.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매일 깜짝 놀랍니다. 얼마 전에 치료한 치아가 또 깨져서 치과를 예약하려고 달력을 봤는데, 며칠 전에 했다고 생각한 게 알고 보니 벌써 한 달 전이더라고요. 작년 연말에 휴가를 미리 당겨서 사용하고 1월 초부터 휴직했으니, 조금 있으면 일을 쉰 지도 3개월이 다 됐습니다. 아직 여유가 좀 있지만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흐른다면 금방 복직을 하게 될 겁니다. 그 생각을 하면 마음이 조금 어지러워요. 걱정해도 달라지지 않는 일은 내버려두는 게 현명한 길이니 그 생각은 잊어버려야겠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운동을 배우러 가기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다른 약속이 생겨서 가지 못할 때도 있지만, 주말 그룹 수업이라도 참여해서 일주일에 꼭 두 번 이상은 운동하려고 노력합니다. 이름은 SNPE 레슨이지만 정확히 어떤 운동을 배운다고 설명하기는 좀 어려워요. SNPE 동작을 주로 수련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내 몸을 관찰하고, 인지하고, 조정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전에 누군가에게 SNPE에 대해 설명할 때는 ”조금 사이비 같은 면이 있기도 하고..“라고 하거나, ”셀프 고문 같긴 한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 말이 정말 이상하게 들렸을 것 같네요. 그렇지만 분명 건강하게 내 삶을 돌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간혹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원래 삶이라는 게 백 퍼센트 내 마음에 들 순 없지요. 어쨌든 나는 대체로 지금 운동 선생님과 함께 하는 수업에 만족해요.

  운동을 배우러 가지 않는 날에도 매일 아침 매트를 펴고 간단하게 몸을 이완시키고, 저녁에는 자기 전에 발 마사지를 합니다. 이건 앞으로도 평생 유지하고 싶은 습관이에요. 몸과 마음을 잘 돌보고 싶다는 올해 목표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러고보니 벌써 올해 목표를 거의 이룬 것 같기도 합니다. 나는 요즘 매일 잠을 충분히 자고, 운동을 하고, 청소를 하고, 책을 읽거든요. 배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친구들을 만납니다. 한자를 공부하거나, 영어 문장을 필사하거나, 피아노를 배우는 걸로 새로운 배움의 즐거움도 느끼고 있고요. 쓰고보니 감사하게도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다 가졌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겠지요. 다시 회사에 다니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질겁니다. 나는 사실 노는 것만큼 일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그러니 일하는 시간도 나에게는 중요하고 소중합니다. 말도 안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나는 진심으로 80살까지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주 4일, 매일 6시간 정도만 일해야 지치지 않겠지요, 하하하! 어쨌든 나는 요즘 어떻게하면 나를 잘 돌보면서 살 수 있는지 연습하고 있어요. 일이나 공부 말고 이런 것도 배우고 연습해야 한다는 걸 그동안은 몰랐습니다. 이 연습을 통해 다시 회사로 출근하는 삶으로 돌아갔을 때도 지치지 않고 내 삶을 잘 꾸려나가는게 목표입니다. 잘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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