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티즌들이 일본의 의류회사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유니클로의 모회사 최고경영자가 “중국의 신장 지역에서 면화를 공급받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중국이 불매 운동을 시작한 겁니다. 신장 지역 면화는 '노동 착취 논란'으로 중국이 아주 민감해 하는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I. 유니클로의 BBC 인터뷰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비롯됐습니다. BBC에 따르면, 유니클로의 모회사인 패스트 리테일링의 최고경영자인 야나이 타다시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북서부 지방인 신장 지역의 면화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확한 워딩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신장지역에서 온 면화를)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면화를 사용하고 있는지 언급함으로써 ..(여기서 말을 잠깐 멈추더니) 사실 제가 더 말하면 너무 정치적이 될 수 있어서 여기서 멈추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정치적 논란을 뒤늦게 깨닫기는 했지만 한마디로 '신장 면화 안쓴다'고 말한 겁니다.
신장 지역의 면화에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면화 생산 과정에서 무슬림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강제 노동이 사용된다는 인권 침해 논란이 계속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중국 당국은 이런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해왔습니다.
II. 중국, 유니클로를 사지 말자
이 인터뷰 뒤 중국 웨이보에서는 ‘유니클로 창업자의 발언 논란’과 관련된 글의 조회수가 수백만을 넘었고, 특히 “신장 면화는 세계 최고”, “나는 신장 면화를 지지한다”, “중국에서 유니클로를 사지 말자”는 해시태그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유니클로는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습니다. 유니클로로서는, 중국이 거대한 소비 시장이기도 하지만, 주요 제조 허브로서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III. 나이키, 버버리도 겪었던 일
물론 유니클로가 겪고 있는 신장 위구르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이미 스웨덴의 H&M은 신장에서 면화를 공급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중국 주요 전자상거래 매장에서 자사 의류 거래를 거부하는 일을 당했습니다. 또 나이키, 버버리, 아디다스 같은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논란에 휘말힌 뒤 불매 운동을 겪어야 했습니다.
또 지난 9월, 중국 상무부는 캘빈 클라인과 토미 힐피거의 모회사인 PVH를 "사실에 근거 없이" 신장 면화와 다른 제품을 "부당하게 보이콧한" 혐의로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습니다.
IV. 신장-위구르에 민감한 중국, 그리고 트럼프의 귀환
중국 북서쪽에 위치한, 예전 실크로드의 중심지이며 무슬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신장 위구르 지역은 중국 당국이 인권 탄압을 한다는 의혹이 계속되면서 논란을 빚어왔습니다.
특히 2021년에는 무슬림계 소수민족에 의한 강제노동을 고발하는 서방 언론의 보도와 유럽 의류기업들의 고발로 이른바 '신장 면화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때 보도에 앞장섰던 언론이 영국 BBC였고, 우연히도 마침 이번 유니클로 논쟁도 BBC 인터뷰에서 시작됐습니다.
중국과 서방의 갈등에 눈길을 주는 건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 때문입니다. 중국은 타이완 문제 만큼이나 신장 위구르에 얽힌 문제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트럼프 2기, 협상의 달인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타이완 문제 뿐 아니라 신장-위구르 문제도 협상의 카드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신장 위구르문제는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당 인사들의 주된 협상 카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미중 패권 전쟁의 국면에서 또 어떻게 사용할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