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는 전례없는 '인플루언서 내각'이 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 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나 케네디 장관 모두 엄청난 '인플루언서'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SNS를 통한 정책 발표와 소통이 이뤄질 거라면서 '인플루언서 내각'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우스개 소리가 아닌 모양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2기의 이런 성향이 평소 맘에 들어하지 않던 '주류 언론'을 자연스럽게 도태시키는 견제책이 될 거라는 분석을 내놨고, 트럼프 대통령측도 이런 의도를 애써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I. 복지부 장관은 '300만 팔로워 보유자'
워싱턴포스트는 첫 번째 사례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를 들었습니다. 그는 “코로나 백신이 인류에 대한 범죄"라는 주장 뒤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 자신의 틱톡 계정에 가정용 복싱 장난감 '박스 볼렌'의 스폰서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그는 땀에 젖은 상태로, 29.99달러에 판매되는 이 제품을 "이상적인 크리스마스 양말 선물"이라고 칭찬했죠.
300만명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틱톡 셀럽'인 케네디 주니어의 이 영상은 30분 만에 무려 100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스폰서 논란이 커지자 영상을 내렸지만, 인플루언서로서의 위력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II. 인플루언서 내각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2기가 기존의 경력 관료가 아닌 우파 인터넷 스타들과 폭스 뉴스 진행자로 구성된 고문단을 통해 ‘미국 최초의 인플루언서 내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워싱턴포스트가 말하는'인플루언서 내각'의 의미는 자못 엄중합니다. 케네디 장관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우스개 소리'로 치부할 수 있는 SNS가 많아질 거라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의 워싱턴 소통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워싱턴 소통 방식은 백악관이나 주요 부처 기자실에 주류 언론을 모아놓고 정책 발표와 홍보를 하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앞으로는 주류 언론을 건너 뛰고 X와 트루스쇼셜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국민들과 바로 소통하는 '새로운 워싱턴 방식'이 도입되는 겁니다.
III. 새로운 워싱턴 방식
새로운 워싱턴의 소통 방식은 이미 시행 중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기존 언론 브리핑 대신, 자신이 지배적인 지분을 가진 소셜 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통해 많은 내각 지명자를 발표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머스크와 함께 정부효율성부서(DOGE)를 이끌 비벡 라마스와미는 정부의 낭비, 사기, 남용이 어떤 모습일지, "언론 브리핑이 아닌 팟캐스트를 통해서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제는 미국 정부의 효율성 관련 정책을 딱딱한 기자회견 대신 팟캐스트를 통해 알게 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IV. 미국 주류 언론에 대한 반감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방식을 통해 자신들에게 비우호적인 언론을 자연스럽게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도 그런 분석에 크게 토를 달지 않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측은 주류 언론에 대한 반감을 애써 숨기지도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백악관 브리핑룸의 주류 매체를 교체하는 방안을 아버지, 머스크 등과 상의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백악관 기자실을 더 많은 '독립 언론인'들에게 개방하는 것에 대해 대화했다"고 말했습니다.
대선 기간 내내 대부분의 주요 언론으로부터, 민주당 해리스 후보 만큼 만족할만한 지지를 받지 못했던 트럼프 선거캠프, SNS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으로 '언론의 영향력 지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V. 맺음말
트럼프 대통령만큼 '정치인의 온라인 이용법'을 잘 보여준 사람은 없습니다. 그는 스스로 가장 강력한 인플루언서가 됐고, 그 능력을 어느때보다 선거에 잘 활용했습니다. 그는 틱톡에 1400만 팔로워, X에 9500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그의 총애를 받고 있는 일론 머스크 역시 세계 최강의 인플루언서 가운데 한 명입니다. 이제 미국 정치인이라면 너도나도 '인플루언서'가 되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정치인과 콘텐츠 제작자의 경계를 넘나들 것이다. 트럼프 측 인사들의 온라인 행보가 디지털 창작자들의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하는 '인플루언서 침범'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부작용도 생기지 않을까요? 구독자 숫자나 조회수가 '자신의 힘'을 보여주는 기준이 될 것이고, 그러다보면 더 자극적이고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것인데, 이런 '유튜브 룰'은 늘 부작용을 나아왔거든요.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춘 새로운 워싱턴의 소통방식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