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오르는 미국 주식 시장에서는 거품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만큼 많이 올랐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929년과 2000년 2번의 버블 붕괴 당시와 오늘을 비교하기 위해 아래 표를 싣고 현재 상황을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1929년 대공황 직전(왼쪽 뾰족한 부분)과 2000 닷컴 버블 당시(TMT라고 씌여진 오른쪽 뾰족한 부분) 기업의 가치(PER)가 얼마나 높았는지, 그리고 2024년 말 역시 얼마나 높은 상황인지를 보여줍니다.
정말 미국 시장은 버블을 향해서 가고 있을까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시니어 컬럼니스트인 제임스 매켄토시의 분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I. 너무 비싸다.
최근 월스트리트의 유명 투자회사 2곳에서 우울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0년 동안 S&P 500이 연평균 3%의 수익률에 그칠 거라는 예상을 내놨습니다. 빅테크가 지금 같은 위상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게 근거였습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역시 미국 시장의 경우 향후 10년간 연 0~1%의 수익률을 전망한다며 우울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이런 월가 장기 전망은 “지금 주식이 너무 비싸다”라는 판단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치가 높으면 장기 수익률이 내려가는 건 일종의 공식이기 때문에, 이런 야박한 평가가 나오는 겁니다.
실제로 S&P 500과 나스닥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깨고 있습니다. WSJ은 “미국 주식은 정말 비싸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 중 6개 기업—애플, 아마존, 메타 플랫폼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은 더욱 비싼 상태이며, 알파벳만 약간 뒤처져 있습니다.
II. AI가 끌어올린 주가
거품이 터지지 않을 거라고 주장하는 강세론자들이 내세우는 3가지 근거는 AI, 수익 증가 (rising earnings), 그리고 미국의 예외적인 호황 (American exceptionalism)입니다.
특히 AI (인공지능) 산업은 기업들이 데이터 센터와 전용 마이크로칩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주요 주식들의 성과를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JP모건은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AI 관련 자본 지출과 연구비가 내년에만 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미국 전체 기업의 AI 지출은 1조 달러를 넘어 방위 예산보다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 자본 투자에서 막대한 수익이 나오길 기대했고, 그만큼 주가가 올랐습니다.
몰론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WSJ은, BCA 리서치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 피터 베레진을 인용해 "투자자들은 이 자본 지출이 가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기대가 너무 큰 만큼 실제 AI 투자가 눈에 띄는 수익 증가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주가는 폭락하고,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다고 주장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III. 거품 터질까?
스위스 은행 롬바르드 오디에르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마이클 스트로바엑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거품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수익으로 뒷받침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2000년 닷컴 버블이 터질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걸 강조한 겁니다.
당시 닷컴 주식은 매그니피센트 세븐과 달리 실제 많은 돈을 벌지 못했습니다. 2000년의 거품은 "TMT" 즉, 기술technology, 미디어 media, 통신 telecom으로 구성되었고, 그 중 미디어와 통신 부문은 돈을 벌기는 했지만, 주가가 지나치게 비쌌습니다.
20년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그때를 돌아보면, 당시에 이 분야에 엄청난 돈이 들어갔고, 엄청난 수요가 있을 거라는 예상도 결국은 맞았습니다. 하지만, 그 수요가 너무 늦게 왔고, 그 틈을 버티지 못하고 닷컴 버블은 터졌습니다.
빅테크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닷컴 버블’ 때와 다르기는 하지만, AI가 수익을 내는 시점이 빠르게 오고 있지는 못하다는 점에서 ‘닷컴 버블’ 당시와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IV. 미국만 오를 것이다?
긍정론의 또 하나의 근거는 ‘미국은 다르다’는 겁니다.
트럼프 2기, 미국만 위대해질까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미국이 투자에 있어서는 최적의 장소라는 믿음을 심어줬습니다. 그 복판에는 ‘미국 기술 그룹들의 혁신적 지배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시장은 1988년 데이터 수집이 시작된 이후 전 세계 다른 시장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이 표를 보면 미국의 주가가 얼마나 과대평가 되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주식은 예상 수익의 22.5배에 거래되고 있으며, 그 수익은 단연코 사상 최고치입니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수익 대비 14배 이하에 거래되고 있으며, 금융위기 당시 였던 2008년 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 격차는 정말로, 정말로 크다”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이 실물 경제에서 이 정도의 우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봇공학은 일본이, 제약은 덴마크가, 반도체는 타이완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기술 패권이 언제까지 얼마나 더 계속될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V. 맺음말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미국의 주식이 역사적으로 비싼 건 맞다.
2. 거품론 수준으로 비싼 건 맞다.
3. AI가 제때 이익을 내기 시작한다면 거품이 터질 때는 아니다.
4. 특히 비싸다고 안 오르는 건 아니다.
5. 그래도 정말로, 정말로 비싸다.
참 애매하지만, ‘투자할 때는 분명히 지나치게 높은 주가를 감안하자'는 취지로 읽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방법도 예를 들었습니다. 골드만 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시장 전체가 내년에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밸류에이션에 대해 우려해 더 저렴한 주식을 추천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채권을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습니다. WSJ은 “장기 전망이 암울하다고 생각한다면, 걱정을 멈추고 10년 만기 국채를 4.2% 금리에 매수할 수도 있다”라는 대안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단기 투자의 방향'은 명확할 수 있습니다. 아직 거품이 터질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말입니다.
WSJ 컬럼니스트 매켄토시는 “AI가 예상보다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새로운 미국 번영의 시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거나, 나머지 세계가 관세, 국가 개입,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미국 시장에 프리미엄이 있어야 한다”라고 애둘러 말했습니다.
투자는 본인 판단이라고 하지만, 각종 지표는 정답을 주기 보다는 선택을 강요하는 모양새입니다. 미국 주식 오르는 걸 즐기면서도 동시에 정신 바짝 차려야할 때가 다가오는 것 분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