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양심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이 글은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일간지인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 팀이 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다룬다. 다른 지역에서 온 신임 국장이 예전 사건인 교구들의 성추행 사건을 집중 취재해보라는 의견에 따라 스포트라이트 팀의 취재가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증거들이 쏟아지면서 신문사 그리고 가톨릭 교회 간의 갈등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신문사와 가톨릭 교회 간의 신경전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이것을 오버하는 감성 씬이나 억지 감동 없이 담담히 관객들에게 ‘보여준다’는게 특징이다. 이러한 불꽃 튀는 신경전을 담담히 그려내면서 오히려 그 긴장감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렇게 언론사와 잘못을 저지른 집단의 비리를 다루는 내용은 언론의 참된 역할이 무엇인가, 언론인이라면 해야 할 행동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도 그 주제를 전한다. 성추행( 혹은 성폭행) 사건이 벌어질 당시 이 신문사는 사건을 다룬 적이 있지만 제대로 다루지 않았고 당시 이 사건 담당이었던 팀장이 이것을 후회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특히 성추행을 행했던 신부들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와 당시 사건 보도를 맡았던 기자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팀장은 성추행으로 재판에 보내졌던 것으로 추정되는 신부들의 목록을 변호사에 보여주면서 이 변호사가 변호했던 신부들을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된다. 이때 변호사는 이런 말을 한다.
“무슨 일인지 다들 알고 있었어. 근데 자넨 어디 있었나? 왜 이리 오래 걸렸어.”
그러자 기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도 모르겠어.”
이런 대사를 통해 당시 이 사건을 묵인했던 기자의 후회, 더 나아가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서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런데 이 영화는 단순히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만 다루지는 않는다. 이 영화의 제목 ‘스포트라이트’는 시민들의 양심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일수도 있다. 즉, 우리가 문제에 대해 무시하고 방관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성추행이 일어났을 때 이 아이들의 부모,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감추려고 했고, 마을 사람들이 쉬쉬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밝혀지지 않고 덮어졌던 것이다. 특히 이것이 쉽게 될 수 있었던 까닭은 그 대상이 교회라는 권력이었기 때문이다.
가톨릭 교회는 마을 사람들이 믿고 있는 ‘선한 것’, ‘절대적으로 완전한 것’이고 신부들이 이런 짓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 순간 자기들이 의지하고 믿고 있는 ‘선’이 무너지는 것이다. 설령 신부들이 이런 짓을 했더라도 그들은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나 그리고 우리 동네에 좋은 일들을 많이 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우연히도 이 폭로 기사를 발행하려는 시점 9.11 테러가 벌어지고 이 영화에서는 성추행한 신부들을 묵인한 추기경이 연설을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것은 교회 권력이 불행한 사건이 벌어질 때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고통을 극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교회는 단순 악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는 더 복잡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올바르지 않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없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용기 있게 나서 목소리를 내주던 피해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문제를 덮지 않고 밝혀준 보스턴 글로브라는 신문사가 있었기 때문에 세상에 밝혀질 수 있었고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비슷하면서 다른 의미를 전하고 있다. 영화는 처음에 신부에게 성추행당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엄마가 앉아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성추행당한 아이들의 엄마에게 지역사회와 교회를 위한 것이니 밝히지 말자고 하는 교회 쪽의 모습과 이것을 가만히 듣고 있는 검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역시 신부에게 성추행당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에는 스포트라이트 팀의 기자 한 명이 이를 보게 된다. 그리고 변호사는 계속 노력해달라는 말을 전하며 장면이 전환된다.
문제는 단순히 폭로된 기사 하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영화는 기사가 발행되고 축하하고 안도하는 기자들의 모습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피해자들의 빗발치는 제보 전화들, 그리고 피해자들의 모습을 보는 기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난다. 결국 이 영화의 제목처럼 우리는 우리 양심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지속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것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