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때부터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게 걱정스러웠다. 내 목소리를 목구멍을 거쳐 입밖으로 내 마음을 소리 내는게 그렇게 힘이 들었다. 그래서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학교에서나 밖에서 입을 꾹 다물고 살았다. 나의 입으로 소리를 내는게 두려웠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나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항상 ‘소극적인 아이’라고 했다. 그렇게 어른들이 나에 대해 정의하니 내가 ‘소극적인 아이’이구나 생각을 하며 더 그렇게 행동하고 살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중학교를 올라가며 나도 모르게 내가 소극적인 사람에서 탈피하는 과정에 있었던거 같은데, 이민을 가면서 말문이 다시 막혔다. 모두 잘 하는 영어를 나만 못하는데 그것을 티 내고 싶지 않아서 다시 말을 안했다. 그냥 완벽하게 말을 못 할거면 말하지 말자라는 주의였다. 그러다 보니 더 영어가 입밖으로 늘지 않고 마음속으로만 늘었다. 잘 못 해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 그냥 해!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그렇게 소심하게 말을 잘 안하면서… 내 생각을 그림으로만 표현하면서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와 대학원에서는 프로젝트와 에세이로 생각을 표현하고 살았다. 즉각적인 발표나 대화는 여전히 어려웠다. 졸업을 하고 지금 나는 직장생활 18년차로 대기업의 시니어이다. 그런데 아직도 말을 하는게 너무 힘들다..
캐주얼하게 이야기 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공식적인 회의 상황에서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설득력 있게 집어내거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타이밍을 잡는게 여전히 참 어렵다.
생각을 해보면 문제, 근거, 솔루션에 대해 구조화하여 논리 정연한 주장을 하는 사람, 문제만 이야기 하는 사람, 말을 해야하니 아무말 대잔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말을 많이 하지 않고 혼자서 고민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아무말을 듣고 있으면 너무 frustrated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본인이 경험한 단적인 경험을 인사이트 없이 이야기 할때 더 그런데 나의 unopened mind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내 마인드셋이 잘못된게 아닐까 싶을때도 있다.
여기까지인가?! 리더가 되려면 말을 하는데 제일 중요한데.. 나는 아닌가보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근데 또 욕심많은 나는 내가 넘을 수 없는 벽을 넘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어서 그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힌다.. 자기 자신을 알라고 하는데 부족한 나를 인정하는거 조차 이렇게 싫다...
지금 18년차인 나는 말을 잘 하고 싶다. 여전히 더 나아질거야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말을 듣는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있고 진정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말 해야한다는 강박을 떠나, 정말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이런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말을 하기 더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게 아닐까?
잘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해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