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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크 Apr 17. 2023

대행사와의 브레인스토밍

미국 느낌으로 로컬라이제이션

싱가폴 사무실 계약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영어권 국가에서의 가능성을 확인코자 계획을 세우던 참에, 갑작스러운 미션을 받았다. "이왕 할 거면 더 큰 시장에서 해보라"


한국만 그렇다.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 문화가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 익명 게시판 수준보다 더 끈끈한, moderator와 member가 고유의 소통 규칙과 멤버 등급을 만들어서 스스로 키우는 공동체라고나 할까. 그런 문화 덕분에 BAND가 국내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보았는데, 그걸 좀 더 인구 규모가 큰 곳에서 테스트해보자는 미션이다. 페이스북의 조상이라고 불리던 싸이월드가 진출했다가 실패한, 50개 state가 각각 다른 국가라는 미국. 그리고, 영어권 국가 중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가족 중심의 결속력이 강하다는 인도. 인도팀은 인도 현지 리더를 중심으로 셋업 했고, 미국팀은 출장 베이스로 이용자 리서치 작업에 들어갔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그냥 '도구'일 뿐, 누구인지 무관하게 목적에 따라 각기 다르게 쓰게 된다.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모임을 가지고 싶었고, 미국 내 모든 커뮤니티와 그룹을 나열해 보았다. Family reunion, 취미 모임, 학교 클래스, Sorority/Fraternity, 클럽, 지역모임, Soccer mom, 스포츠 모임, 종교 활동, Support group, non-profit... 개인을 중심으로 수많은 서클을 그릴 수 있었는데, 문제는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부터였나 보다. 새로운 시장에 가면, 무작정 사람 많은 곳으로 가서 어떻게 사는지 관찰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낯선 사람을 만나서 인터뷰하고, 그들이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하는지 이야기를 듣는 것은 너무 즐거운 일이다.


스탠포드 대학 기둥 벽보. 각종 모임 멤버를 구하는 쪽지들이 많다


앞으로 베이스캠프가 될, 실리콘 밸리 지역. 콜드 이메일과 전화로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서비스를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았다. 소개 받아 만난 새로운 분들을 통해 다음 소개를 받고.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가 있으면 후원(sponsorship)을 하고 홍보 활동을 하면서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누가 리더인가, 얼마나 자주 소통하나, 만나서 무얼 하고 만나지 않을 때는 어떤 채널로 소통하는가? 그룹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때와 자연스럽게 멀어질 때 어떻게 관리하는가? 관계가 끈끈한 소그룹에 보통 몇 개까지 소속되어 있는가?

그룹으로 써보고 피드백을 주었던, HBS 클래스


그러면서, 한국에서 만든 서비스를 미국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피드백을 받았다. 서비스명이 BAND라고 소개하니, 우선 뮤직 밴드를 떠올렸고, 음악 서비스이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당시, 서비스 메인은 각 그룹마다 커버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book 리스트이고, 배경은 book shelf였다. 앱 아이콘도 수첩 또는 메모장 메타포. 서비스 명을 듣고 '음악'을 떠올렸는데 앱을 열어보니 '책' 메타포를 가진 서비스. 몰스킨 노트의 링밴딩처럼 무언가를 묶는 메타포로 green band를 쓰고 있지만, 그것이 그룹멤버의 결속력을 의미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혼란을 주고 있었다. 어느 작은 아시아 국가에서 아기자기하게 만들었다면서 신선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대부분은 과도한 컨셉 '설정'이 부담이고 미국스럽지 않다는 피드백. 당연히 미국인이 만든 서비스가 아니니 미국스럽지가 않고, 미국스럽게 보이려면 무얼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마케팅이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제품으로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한국의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를 모두 미국으로 불러 모았다. 한 10여 명이 넘었니, 한 달 동안 머무를 아파트와 차량을 렌트하면서, 기획자/디자이너들과는 미국 유저 FGI를 진행하고, 개발리더들은 현지 통신사 별 네트워크 속도를 체크하고 음영지역에서의 lagging 문제를 해결하였다.


미국에서도 PR agency 컨설팅을 받으면서, 미국에 맞는 브랜드 포지셔닝을 새로 잡고, tagline 메시지 디벨롭을 하면서, 서비스의 walk-through 진입부터, 튜토리얼, 첫 페이지까지... 모든 경험을 새로 설계해 보기로 했다. 이미 Groupme와 Facebook group을 통해 그룹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나라... 어떻게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함께 메세지를 develop하고, 미국 친구들의 아이디어를 받아서 앱 내의 메세지를 바꾸었다. 한국 번호 유저는 'book shelf'의 경험을 하지만, 미국 번호의 유저는 'american style'의 경험을 하도록 이원화화였다.


브레인 스토밍을 통한 메세지 디벨롭. Facebook vs. BAND.  


미국 현지인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프로덕트 로컬라이제이션의 결과는 과연 어떠했을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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