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KBS1에서 금요일마다 독립영화관이라는 프로에서 영화를 틀어주는데, 독립영화가 뭐냐고 물었다.
나는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독립이라는 거는 뭔가로부터 독립이 되어있다는 거지? 그럼 뭐로부터 독립이냐. 상업으로부터 독립이라 이 말이야. 상업은 돈. 돈이야. 상업영화는 투자자나 투자사가 돈을 대서 영화를 만들거든. 그래서 영화를 처음 만들 때 하는 계산이 뭐냐면 이 영화를 만들어서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보는 거야. 만약 100억을 들여서 110억을 벌었으면 수익이 난 거지. 많이 난 건 아니지만. 근데 독립영화는 그런 계산 없이 만든 거야. 이 영화를 꼭 만들어야겠다, 꼭 필요하다고 느껴서 만든 거라서 돈은 중요하지 않거든 이렇게 상업 영화의 틀 밖에서 만들어진 영화를 독립영화라고 하는 거야."
엄마가 물었다.
"그럼 너랑 느네 형(친형은 아님)이랑 만든 것(38년생 김한옥이라는 작품을 말하는 것임)도 독립 영화야?"
"그렇지. 그럼 캐리(내가 각본을 쓴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줄여서 부르는 말)는?"
"상업영화지."
"왜?"
"투자자가 투자했으니까."
"정확해."
나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와서 이어서 말했다.
"엄마가 이제 독립영화랑 상업영화를 구분할 수 있게 됐으니까 내가 하나만 더 설명할게. 독립영화도 잘만들면 돈을 벌어. 만약에 상업 영화가 100억 투자해서 아까처럼 110억을 벌면 1.1배 수익률이지? 그런데 독립영화를 5천만 원 들여서 5억을 벌면? 10배를 번 거야. 타산이 더 좋지."
"아, 적은 돈을 들였으니까?"
"어."
"그러면 상업 영화를 잘 만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야 돈을 많이 벌겠지."
"그거 말고. 상업영화는 원래 그걸 하려고 만든 거고, 돈 말고 다른 이득이 생겨."
"뭔데?"
"잘 만든 상업영화는 오래 남아. 5년 후에도 보는 사람이 있고, 10년 후에도, 100년 후에도 보는 사람이 있어. 1000년 전에 만든 작품(지금으로 치면 영화)도 잘만든 건 사람들이 지금도 봐. 문예창작학과 극작과 같은 데 입학하면 희곡 배우거든. <오이디푸스 왕> 같은 희곡인데 지금으로부터 한 2500년 전에 쓰여진 거야."
"근데 독립 영화도 잘 만들면 오래 남을 거 아냐."
"독립 영화는 원래 오래 남으려고 만드는 거니까. 돈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 꼭 필요한 얘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보이는 거라 보존이 원래 목적인 거야. 잘 만들었을 때 돈이 따라오는 거고. 반대로 상업영화는 돈이 우선하는데 잘 만든 상업영화는 오래 보존된다는 거지. 이거 이모한테도 알려줘."
"니가 해. 니가 해야 더 신뢰를 하지."
"아냐. 엄마가 해야 돼. 꼭 해 알겠지?"
엄마는 그냥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