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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본부 Jun 27. 2021

[11] 사건의 줄기 : 플롯 라인2

디즈니, 픽사, 지브리 작품으로 보는 애니메이션 시나리오의 구조

모티프

어떤 플롯 라인은 특정한 소재를 기준으로 구성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특정한 의미를 형성해주는 소재를 "모티프"라고 합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빗자루라는 소재를 기준으로 플롯 라인을 묶는다면 아래와 같이 될 것입니다.   


키키가 떠날 때 엄마는 더 큰 빗자루를 건네준다.

빗자루는 키키의 이동 수단이다.

키키는 더 이상 빗자루를 타고 날 수 없게 된다.

키키는 수련에 전념하다가 빗자루를 부러뜨리게 된다.

위기 상황에서 톰보에게 달려가던 키키는 거리의 한 남자에게 빗자루를 빌려 다시 날게 된다.


<인사이드 아웃>의 핵심 기억 구슬, <빅 히어로>의 건강 도우미 칩, <주토피아>의 밤의 울음꾼, <소울>의 불꽃 등도 작품속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며 특정한 역할을 하거나 의미를 형성합니다. 이야기의 전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거나, 주제의 표현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것입니다.


대사 또한 모티프가 될 수 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는 대사가 모티프로 사용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틈만 나면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지는 트리플덴트 검 주제가라든지, 어린 라일리가 가상 친구 빙봉을 생각하며 흥얼거렸던 빙봉의 노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트리플덴트 껌 주제가는 뜬금없는 상황에 등장을 환기시키는 단순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사이드 아웃>이 넓은 의미에서 인간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트리플덴트 껌 주제가는 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매우 적절한 모티프입니다. 빙봉 주제가 또한 위기에 처한 기쁨이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사건 해결의 도구로써 기능하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플롯 라인들의 조화

메인 플롯 라인과 서브 플롯 라인들은 서로 협력하며 주제의 표현에 기여합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주인공 키키가 가장 원하는 것, 그것을 막는 장애 요인, 가장 크게 체험하는 변화를 중심으로 메인 플롯 라인을 번역하면 결국 "일정한 자격을 얻기 위해서 수련에 정진하는 과정에서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절실한 마음으로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하면 자신이 그 자격을 얻을 자질을 갖추었다는 걸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그런데 어떤 플롯 라인은 이러한 메인 플롯 라인을 비슷한 형태로 돕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는 우르슬라의 플롯이 이에 해당합니다.


(1) 고양이 인형을 찾던 키키는 새 그림을 그리던 우르슬라와 만난다. 우르슬라는 인형을 키키에게 돌려준다.

(2) 묵찌빠 빵집으로 우르슬라가 찾아온다. 키키의 슬럼프를 전해들은 우르슬라는 자신도 슬럼프를 겪었는데 키키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며 키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키키와 우르슬라의 플롯은 키키가 마녀로 성장하는 메인 플롯과 그 성격이 같습니다. 먼저 모습을 드러내서 메인 플롯의 방향을 예표하고,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한 층 풍성하게 하는 표과를 내고 있습니다.


플롯 라인들의 대조

반면 어떤 플롯 라인은 메인 플롯 라인과 대조되는 방향으로 매듭지어지면서 주제를 더욱 뚜렷하게 표현합니다. 흔히 예로 들 수 있는 경우는 권선징악이라고 하여, 선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나란히, 악이 패배하는 모습 또한 보여주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선의 결말만 보여주는 것보다, 악의 결말까지 함께 보여주는 게 그 효과가 더욱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토이 스토리3>의 핑크 곰 라쏘의 플롯 라인이 그렇습니다. 나쁜 짓을 일삼던 라쏘는 결국 마지막에는 쓰레기차 보닛에 묶이는 처지가 됩니다. 모든 일이 잘 풀린 우디와 친구들과는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주토피아>의 벨웨더 플롯 라인도 주인공 주디의 플롯 라인과 대조를 이룹니다. 그러나 권선징악은 플롯 라인 대조의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다양한 방식의 대조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토이 스토리4>에서 우디의 메인 플롯 라인과, 포키의 플롯 라인은 정확하게 대조됩니다. 포키는 다시 보니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우디는 보니의 곁을 떠나는 것이 그 결말입니다. 그래서 장난감과 주인의 관계에 관해 보다 입체적인 결론이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 픽사 지브리 너머, 다양한 형태의 플롯

애초에 논의를 디즈니, 픽사, 지브리 작품으로 한정해서 이야기해서 그렇지만, 영화 전반으로 범위를 확대한다면 이야기의 세계에는 더 다양한 플롯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경우 열 명 가량의 인물들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방식으로 플롯을 구축했고, <베리드>라는 작품은 관 속에 갇힌 단 한 명의 인물로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개가 됩니다. 사건이나 정보 전달의 직접성에 따라 구분해본다면, 직접적이고 명확한 이해가 가능한 방식으로 서사를 전개하는 경우도 많지만, 극단적으로는 <매그놀리아> 혹은 <거울>처럼 모호하게 느껴지는 플롯 또한 가능하다는 사실을 창작자는 알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왜 그런 플롯이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는지, 그러면서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에서는 어떤 이유로 그런 모호함이 짙은 플롯은 통용될 수 없는지를 이해하는 것 또한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작품과 비슷한 종류의 작품을 연구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플롯 라인이 대조되며 주제가 더욱 부각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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