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하시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 캐릭터의 매력 = 캐릭터의 모순 ]
캐릭터의 매력은 [모순]에서 발생합니다. 모순은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두 가지가 충돌하는 것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예로 들면, “회전문 하나 통과하지 못하는 자폐 스펙트럼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뛰어난 변호사다.”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어리숙함)과, 뛰어난 변호사(총명함)가 공존하는 게 우영우이며, 이것에 감상자들은 매력을 느낍니다. 하나의 캐릭터에 이와 같은 모순이 많으면 많을 수록 캐릭터의 매력은 배가됩니다. 우영우 또한 다양한 차원의 모순을 가진 존재입니다.
1. 최전문도 혼자서는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지만 / 뛰어난 업무능력을 갖춘 변호사
2. 돌고래를 좋아아는 순수함을 지닌 / 뛰어난 업무능력을 갖춘 변호사
3. 자폐스펙트럼을 앓고 있으면서도 / 법을 해석하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
저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가 이상해서도 아니고, 변호사여서도 아닌, 이상한 변호사, 즉 사랑스러운 모순을 한가득 안고 있는 변호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모순이 성립하는 다양한 방식 ]
캐릭터가 갖고 있는 모순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그 중 중요한 몇 가지를 유형화해보면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1. 캐릭터의 외형과 내면의 모순
2. 캐릭터의 정체성과 성격의 모순
3. 캐릭터가 처한 상황의 모순
4. 캐릭터의 내면 속 모순
5. 감상자만 느끼는 모순
1. 캐릭터의 외형과 내면의 모순
일차원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캐릭터의 외형입니다. 캐릭터의 외형이 캐릭터의 내면과 충돌할 때 사람들은 캐릭터에 매력을 느낍니다. 애니메이션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캐릭터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지구를 정복하겠다는 야심을 가진 외계인이 하찮은 개구리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니메이션 <스푸키즈>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좀비, 드라큘라, 강시, 프랑켄슈타인 등 무시무시한 괴물의 모습이지만, 하는 짓는 영락없는 장난꾸러기 꼬마들입니다.
2. 캐릭터의 정체성과 성격의 모순
<토이스토리>의 우디, 그리고 버즈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의 성격은 "인형"이라는 정체성과 충돌을 일으킵니다. 우디의 경우에는 “주인을 향한 뛰어난 충성심”입니다. 우디는 <토이 스토리> 1편에서 4편에 이르기까지 주인을 행복하게 해야 하며, 그것이 장난감으로서 자신의 사명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다른 인형들을 통솔하는 리더십 또한 여기에 기인합니다. 그래서 우디의 모순은 “충직한(열정적인 성격) / 인형(수동성의 대명사)”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버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버즈는 자신이 진짜 우주비행사라고 믿고 있으며 그대로 행동합니다. 버즈의 모순은 “자신이 진짜 우주비행사(전문가)라고 믿는 인형(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것)”입니다.
3. 캐릭터의 내면 속 모순
캐릭터의 내면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성격이나 욕망이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도 매력을 발생시킵니다. 정서경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헤어질 결심>의 주인공 해준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해준은 범인을 잡는 형사입니다. 그냥 형사가 아니라, 엘리트 형사입니다. 해준은 서래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마음 속에 모순이 발생합니다. 서래라는 인물은 관찰하면 할수록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분명해짐에도 불구하고, 그럴수록 서래를 향한 해준의 마음 또한 덩달아 커지기 때문입니다.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해준은 아슬아슬한 내면의 줄타기를 하며 이야기의 시작부터 끝까지 고통받습니다. 만약 해준이 서래를 너무 사랑해서 경찰로서의 사명감을 내팽겨쳤거나, 서래를 너무 검거하고 싶어서 사랑하는 마음을 애초에 싹부터 잘라냈다면... 생각만 해도 지루하고 예측 가능한 인물입니다.
4. 캐릭터가 처한 상황의 모순
실상 캐릭터의 내면에 모순이 있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캐릭터가 "모순적인 상황에 처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작가가 플롯을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서 어떤 작품은 "캐릭터의 내면 속 모순"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고, 어떤 작품은 "캐릭터가 처한 상황의 모순"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입니다. 잘 알려진 고전 <햄릿>의 오필리아는 자살로 자신의 생을 마감합니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장본인입니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은 오필리아의 내면에도 무시무시한 모순을 만들어냅니다. "과연 나는 햄릿을 용서해야 하는가, 아니면 증오해야 하는가." 오필리아는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습니다. 대신 죽음을 선택합니다.
5. 감상자만 느끼는 모순
인물이 모순된 상황이나 관계에 놓여있고, 그 사실을 감상자만 아는 경우도 있습니다. 흔히 "극적 아이러니"라고 불리우는 상황입니다. 이럴 때 감상자들은 인물과 그 인물이 처한 상황, 그리고 그들의 관계에 흥미를 느낍니다. 애니메이션 <스파이 패밀리>의 주요인물 로이드는 스파이입니다. 요르는 암살자입니다. 아냐는 초능력자입니다. 이들은 가족을 사칭해서 뭉쳐 있지만, 서로의 진짜 정체에 관해서는 모릅니다. 진실은 오직 감상자만 알고 있기에, 감상자들은 이들의 모순적인 관계에 매력을 느끼며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유심히 지켜봅니다.
위 다섯 가지를 잘 비비셔서 꼭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제가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