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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우 Nov 14. 2021

일을 진행시키는 법, 부딪치며 배우다.

뭣도 모르는 상황에서 과분한 기회를 잡고 경험을 했던 나는 경험과 전문성, 일을 하는 방법에 대한 갈증을 절실히 느끼는 중이었다. 이 와중에 걸려온 한 친구의 전화로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제 글을 처음 접하신 분들이 있다면 아래 제 일기들을 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다. ^^


1편 : 나도 뭐 대단한 계획은 없었어.

2편 : 준비되지 않은 상태의 경험은 늘 아쉽다.


일단 어떤 일들을 했는지 설명하기 전 요약부터 하자면, 이 회사를 다니는 동안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해 '일을 진행시키는 법'들을 알아가며 '기획자'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겪었다고 할 수 있겠다.



1. 공연 무대 영상

2016년, 처음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는 공연팀의 무대를 빛낼 무대 영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애초에 시각 디자인팀에 속해 있던 나는 설치 디자인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아이들에게 포토샵을 가르치는 포토샵 강의 프로젝트로 방향을 선회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엄청나게 가치 있는 일이었지만 직접적인 결과물을 만들고 싶던 나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공연 무대 영상을 만들겠다 제안했고, 약 2달간 알지도 못하는 애프터 이펙트와 프리미어 강의를 보며 고군분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까지 밤새가며 툴을 공부하고 늦게까지 키프레임을 맞추며 거의 영상 제작자 못지않게 노력을 쏟았지만, 지금까지 다시 같은 일(직접 무대 영상을 제작)을 한적은 없다. 하지만 늘 모든 일이 그러하듯 지금 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나에겐 아주 중요한 경험이 된 건 사실이다.


이 경험을 토대로 영상 제작자들에게 '어떤 부분이 힘든 편집 스킬인지', '이 정도의 작업이면 견적은 어느 정도가 될지' 등등 업계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더 체감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음이 틀림없다.


그때 제작했던 무대 영상은 별도의 촬영본은 없지만 아래 링크를 통해 어떤 공연을 했는지 대략적으로라도 느껴보시길 추천드린다.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HGnbz63hUxM)



2. 청년 장사꾼 BI

공연 무대 영상 제작을 마치고 쉴 틈 없이 두 번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슈필렌'이라는 회사에서 이때부터 실질적인 디자이너 역할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각종 포스터나 배너, 제안서 디자인 등은 상시로 제작했지만 굵직하고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된 일들 중 하나가 바로 '청년 장사꾼 BI' 제작 프로젝트였다.


당시 내가 근무하던 '슈필렌'은 구청과 긴밀하게 협업하는 관계였고, 청년장사꾼 정부지원사업 업무범위 중 'BI(로고) 제작' 건을 내가 함께 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의 총괄이 아니었기에 업무량은 많지 않았다. 창업 예정인 청년 사장님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니즈를 파악해 초안을 전달하고 의견을 반영해 수정 작업하면 마무리되는 간단한 프로젝트였다.

내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바로 예비 사장님들의 인터뷰였는데 제안 PT처럼 입에 발린 말들이 아닌 가게를 차리려는 이유, 나만의 철학, 이루고 싶은 것들을 진솔하게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본인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믿음과 철학이 내 마음을 울렸고, 큰 배움을 받아가는 자리이기도 했다. 물론 마지막 수정 단계에서 사장님 개인 사정이나 기타 이슈로 마무리하지 못한 곳도 있지만, 몇몇 업체는 아직도 잘 버텨내며 그들이 원하던 길을 잘 걷고 있는 것 같다.

마무리 짓지 못한 BI 초안들 중 일부
정릉시장 내 청년장사꾼 가게 간판



3. 공익광고 프로젝트

2016년을 마무리하고 2017년으로 넘어오며 우리는 '성북구 뉴딜일자리 사업'을 수주했다. 나는 시각예술팀 팀장으로서 그동안 쌓아왔던 내공으로 '이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취지를 담아 기획안을 제출했고, 드디어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내 계획에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으고 본격적으로 '우리 팀'을 불러주는 팀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들을 하나둘 실현해나가기 시작한다. 아래 보여줄 3가지의 프로젝트는 본인이 직접 총괄했다.


1) 스마트폰 정지선 프로젝트

가장 처음 진행했던 프로젝트이자 가장 성과가 좋았던 프로젝트다. 최초에 구청 직원 분이 '보행 시 스마트폰 문제'에 대해 아이디어를 주셨고, 무엇보다 딴짓 없이 보행하는 것이 중요한 '횡단보도'에 디자인 작업물을 설치하기로 했다.

성북구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5곳을 찾아 횡단보도 근처 무엇이든 설치할 수 있는 곳을 실측하고 아이데이션 단계로 돌입했다. 우리는 한 번 설치한 설치물이 오랫동안 유지되길 바랬지만, 예산이나 구청 교통 관리부의 반대에 부딪쳐 간편한 산업용 스티커로 작업으로 결정하게 된다. (반대했던 교통 관리부는 나중에 반응이 좋으니 더 생색을 내며 좋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쨌든 우리는 가장 효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디자인 작업물을 만들어냈고, 너무나 더웠던 2017년 여름에 우리 팀 팀원들은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 설치를 완료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성과 측정을 위해 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우리가 만든 굿즈도 나눠주고 카드 뉴스도 배포하며 어필을 위해 꽤나 애썼던 것 같다. 감사하게도 SBS 모닝와이드 취재, 여러 미디어 보도, 타 지역 구청 벤치마킹 등으로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새로 부임한 구청 과장님이 날 보자마자 덥석 끌어안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프로젝트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4U1TJp4YLJE

SBS 모닝와이드 방송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w2ziKBjHFOs

울산 남구청 벤치마킹 기사 : https://www.ajunews.com/view/20171023113645228

인천 연수구 벤치마킹 기사 : http://www.viva100.com/main/view.php?key=20190222010006074

왼쪽부터 '성북구청장 게시글', '인천 중구청 문의'


2) 점자블록 프로젝트

어느 날 미디어에서 '지자체가 미관상의 이유로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을 없애고 있다'는 기사를 접한 후 기획에 착수했다. 정성적인 측면에서 성과를 올려야 하는 정부기관(구청) 특성 때문에 바이럴을 목표로 기획을 진행했다.


'미관상의 이유로 점자블록을 없앤다'라는 의견을 비꼬기 위해 그럼 세상에서 가장 예쁜 점자블록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점자블록에 페인팅해 유명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 전시하면서, 예쁘지만 쓸모없어진 점자블록을 보여주고자 했다.

추가로 이동 시 점자블록에 많이 의지하는 시각장애인의 입장을 대변해 '점자블록 실종 포스터' 프로모션을 간단하게 진행했다.


그 결과 신문사 취재, 트위터 바이럴 등으로 일부 확산되긴 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지었다. (이 프로젝트를 보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도 협업 요청을 해왔으나 예산 상 문제로 진행되지 않았다.)


프로젝트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u4jCvVq5Gxs

기사 :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121766615996488&mediaCodeNo=257


3) 학교폭력 근절 프로젝트

회사 내 옆팀이었던 '예술강사팀'의 협업을 통해 진행된 프로젝트이다. 동구 마케팅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서로를 이해하자'라는 테마로 예술 강의를 진행하고, 특별한 우정의 징표를 전달하는 것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기간이 매우 짧았기 때문에 정신없이 진행했지만 좋아하는 학생들의 반응을 보며 상당히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프로젝트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o1pC9s-BMjw


총 정리하자면 2016년부터 17년까지의 경험은 아이디어만 자신 있던 내게 일을 진행시키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뭣도 모르는 입장이었지만 깨지고 부딪치며 A부터 Z까지 진행해 본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이 됐다.


이제 더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고 더 큰 욕심을 갖게 된 나는 '더 큰 일을 해보기 위해 +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새로운 출발을 도모하게 된다. 아이디어를 구상해 실현시키는 법을 배운 나는 이제 이 아이디어들이 통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법, 즉 마케팅을 배워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실제로 지금은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이제 지난 일들보다 현업에서 겪은 노하우나 경험들을 앞으로 더 구체적으로 글에다가 풀어낼 예정이다.


혹여나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궁금하거나, 뭔가를 같이해보고 싶다면 편히 연락 주셔도 좋겠다는 마음을 끝으로 세 번째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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