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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곳독서 Jul 03. 2023

스머프, 총균쇠 그리고 코스모스

어쩌면 어른들을 위한 만화

1. 어릴 적 제 기억 속의 스머프는

파파스머프, 가가멜, 고양이 그리고 주제곡입니다. 뭐 음성지원은 안 되겠지만, "랄랄라랄랄라 랄라랄랄라~" 뭐 이런 리듬의 주제곡이 기억나네요. 파랗고 하얀 모자의 스머프들이 나오는 만화를 어릴 적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보니 스머프는 디즈니 소속은 아닌 거 같은데 어디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나무위키를 찾아봤습니다.

벨기에인 페요 Peyo (본명 피에르 퀼리포르 Pierre Culliford, 1928~1992)의 만화로, 원제는 Les Schtroumpfs(레 슈트룸프). 영어 이름은 the smurfs(더 스멉스).
벨기에의 소년만화 잡지 스피루지에 연재된 요한과 피를루이 9권 여섯 스머프들과 플룻편에 처음 등장했으나 반응이 좋았는지 이후 따로 단행본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스머프(Schtroumpf)란 이름은 작가 페요가 스피루로 유명한 동료 만화가 앙드레 프랑캥과 같이 식사할 때 '소금'(sel)을 갖다 달라는 말을 잘못 전달해서 생겨난 이름이라고 한다. 
출처 : 나무위키

2. 스머프: 비밀의 숲

이번주에는 아들과 함께 <스머프: 비밀의 숲>을 보았습니다. <슈렉> 시리즈를 완결한 이후 아빠의 속마음은 <쿵후팬더>를 보고 싶었지만, 아들은 다른 영화를 골랐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스머프: 비밀의 숲>입니다.

 

비밀의 숲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지 않나요? 많은 분들이 조승우 주연의 드라마 <비밀의 숲>을 떠올리시겠지만, 저는 <해리포터>의 금지된 숲이 생각납니다. 이런 숲에는 항상 위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탐험하지 못한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고, 가끔은 알지만 숨기고 싶은 내밀한 공간일지도 모르죠.


아무튼 이번 영화는 스머프와 비밀의 숲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간략한 영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스머프 마을의 꾸러기 4인방, 스머페트, 똘똘이, 덩치, 주책이. 숲 속에서 우연히 동그란 눈, 파란 몸을 가진 정체 모를 녀석(?)을 발견하지만 그 녀석은 이내 숲으로 사라진다. 그의 정체가 너무나도 궁금했던 스머프들! 파파 스머프를 감쪽같이 속이고 금지된 비밀의 숲으로 모험을 떠난다. 파파 스머프가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했던 그곳, 비밀의 숲은 난생처음 보는 생물들로 가득 찬 신비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감탄도 잠시, 마법사 가가멜 일당에게 쫓겨 혼비백산 도망가던 중 그렇게나 궁금했던 정체 모를 그 녀석들과 딱 마주치게 되는데…!
출처 : 네이버 영화 

3. 스머페트, 나의 정체성을 찾아

이번 영화는 화려한 영상에 아이들이 보기에도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어른들에게도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였습니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스머페트'인데요. 남자들만 사는 스머프 마을에서 유일한 여자 스머프입니다. 그리고 스머페트는 마법사인 가가멜이 진흙으로 만들어낸 인공적인 존재였죠. 이런 스머페트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화라고 설명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을 하던 스머페트는 결국 금지된 공간인 비밀의 숲으로 들어가게 되는 거죠.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면, 결국엔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 새로운 공간에 가야 하는데요. 그게 매일 살아왔던 그 공간은 분명 아니겠죠. 나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공간이나 영감을 주는 다른 누군가가 있는 공간으로 가야만 합니다.


물론 그곳에서 큰 위험과 실패를 겪겠지만, 그건 나의 정체성을 알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영화에서 스머페트는 결국 여자들만 사는 스머프 마을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편안함과 동질감을 느낍니다.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춤도 추고, 화장도 하면서 말이에요.


4. 총균쇠 그리고 코스모스

동시에 최근에 읽은 벽돌책인 <총 균 쇠>와 <코스모스>도 생각이 났습니다. 스머프에서 총균쇠를 연결한다는 것은 너무 과도한 설정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구대륙과 신대륙의 만남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스머페트가 비밀의 숲의 중심에 들어가는 순간, 원주민들에게 둘러싸이는데요. 그 과정이 총균쇠에 나오는 장면과 비슷합니다. 스페인의 정복자 피사로가 잉카 제국의 황제인 아타우알파를 만나는 그 장면 말이죠. 사실 현실세계는 이렇습니다. 신과 구의 만남은 항상 누군가의 희생으로 끝났습니다. 그 이야기를 자세하게 다룬 책이 바로 <총 균 쇠>입니다.

 

<코스모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만약에 외계인이 있다고 가정해 볼까요(실제로 칼 세이건은 이 광활한 우주에 외계인은 존재할 확률이 크다고 그의 저서에서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구인과 외계인의 만남은 영화처럼 아름다운 해피엔딩으로 끝날까요? 분명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말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무엇보다 생김새도 전혀 다를 것이기 때문이죠.


5. 아이와 함께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

스머프를 보면서 <총 균 쇠>와 <코스모스>까지 좀 과하게 나갔지만. 아들과 만화영화를 보면서 어릴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어른의 시선으로 말이죠. 동시에 아이들의 시선도 이해하게 됩니다. 아들은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혼자가 아니라 반드시 함께 보아야 한다는 원칙을 주장합니다. 심지어는 물을 가지러 일어서면 화면을 정지시켜 주는 배려와 함께,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잠시도 졸 수도 없이 지속적으로 아빠를 체크해 줍니다.


이렇게 아이와 같은 시간을 쓴다는 것, 이런 추억을 공유한다는 것이 행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시간 속에서 어른의 관점으로 만화를 바라볼 수 있는 재미도 있습니다. 역시나 결론은 해피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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