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에세이 (3) 피드백과 회고가 남기고 간 것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1학기-여름방학-2학기-겨울방학이라는 총 4개 텀(일종의 분기 시스템)을 기준으로 학부 시절 전체를 회고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데에 활용했던 경험이 있다. 각 분기별로 했던 활동과 그 결과들에 대해 빈 칸을 하나하나 채워가다 보니,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것을 선호하지만 어떤 것은 매우 피하고 싶어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 어떤 공부를 했는지 (전공과목, 관심사, 언어..)
- 참여하던 대외활동
- 경제활동 (아르바이트, 인턴...)
- 자주 만난 친구나 교류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 즐겁게 했던 것
- 힘들거나 싫었던 것
- 깨달은 것
그 때를 시작으로, 지금도 앞날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날이면 조용히 엑셀을 켜고 표를 만들어 빈 칸을 하나둘 채워 나가곤 한다. 그냥 이도 저도 다 싫을 때는 '뭐가 제일 문제인가?' 를 열댓개 써내려간 다음, 우선순위를 매기고, 해결 가능한 것과 해결 불가능한 것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그 상황이 사실인지, 나의 감정인지를 돌아본다. 문제의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검토한다. 물론 긍정적인 상황을 검토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객관적으로 우선순위를 가리기 위해서 유사한 활동을 진행한다.
이런 짓들을 하다 보면 때로는 희망이 솟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많다. 하지만 어찌됐건 사실관계를 정리해 보는 회고 활동을 하다 보면,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지를 조금씩 찾아가는 데에 분명 도움이 된다. 전 회사를 반드시 그만두어야겠다는 의사결정을 하기까지, 그 시작은 막막한 내 마음을 두드리는 작은 질문 하나였고 여기서 파생된 추가질문에 답하다 보니... 다녀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결론을 바탕으로, 회사와 직무와 산업군을 한방에 갈아치우기 위해 부단히 애썼고 탈주에 성공했다.
1. ㅇㅇㅇ에서 ㅇㅇㅇ를 하기 싫은 이유: 회사 특성으로 인한 담당 직무의 문제점
-> 이 직무를 담당하는 사람임에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도 없이, 영 좋지도 않고 나아질 리도 없을 상황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으니, 이렇게나 하기 싫은 일을 하느니 그만두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토글기능이 없는 브런치에 디테일을 다 쓰자니 좀 부끄러워서 생략)
1-1. ㅇㅇㅇ에 다니기 싫은 이유: 회사와 조직의 문제점
->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게 맞다. 직무도 조직도 사람도 싫고 보상도 마음에 안 드는데, 이런 조직에서 버티면서 하기 싫은 업무로 꾸역꾸역 경력을 만들었다가는 인생 망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퇴사하자.
이게 맞나 싶을 때,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나 싶을 때마다 조용히 엑셀을 연다. 하얀 네모 빈칸들을 하나하나 채워 나갈수록 겸허히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오늘도 엑셀은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