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ebe table Feb 15. 2019

채우는 이야기_레몬 파운드케이크

퇴근 후의 베이킹

퇴근 후의 베이킹                                                                                                                                    

퇴근길에 베이킹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베이킹은 나에게 약간 그런 의미다. 조금은 답답했던 하루에 마음을 비우는 방법이랄까.

띵! 하는 오븐 소리와 함께 완성되는 케이크나 빵은 비움 끝에 얻어지는 작은 선물 같다. 볼 하나에 모든 잡생각을 넣어 섞고 오븐 안에 넣으면 생각의 정리와 함께 그래도 수고했다고 나에게 주어지는 작은 선물.

그 선물이 간절해지는 오늘 주방으로 향한다. 무엇보다 퇴근 후 베이킹은 원볼 레시피여야 한다. 설거지를 최소화해야 하니까. 설거지가 많았지면 다시 스트레스를 쌓아놓은 기분이다.


원볼 레시피로는 파운드케이크가 딱이다.

평소엔 살찔 것만 같아 후들후들한 재료들이 하나 가득 들어가는 파운드케이크.

버터, 설탕, 달걀, 밀가루가 1 파운드씩 들어가서 파운드케이크라 한다고 들었는데. 찾아보니 1 파운드면 거의 450g이다. 엄청난 양이다.... 변형된 많은 레시피들이 있는데 1:1:1:1 비율보다는.. 설탕과 밀가루를 줄이고 달걀량을 늘려 조금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는 케이크 레시피로 골라본다.


Ingredients


레몬.

오늘은 레몬 파운드케이크이다. 부드러움에 은은한 레몬향이 더해지면 참 기분이 좋아진다. 기껏 설탕 양은 줄인 레시피를 고르면서 레몬 파운드케이크의 포인트는 케이크 위에 듬뿍 올리는 레몬 아이싱이라고 생각한다. 케이크 위의 레몬 아이싱은 파운드케이크를 더욱 부드럽게 해 주면서 새콤달콤한 맛으로 끝 맛을 상큼하게 마무리하게 해 준다.

모든 것을 오븐에 넣고 기다리는 시간. 오븐 속에서 슬금슬금 세어 나오는 빵 굽는 냄새는 언제 맡아도 질리지 않는다.

노릇노릇 봉긋하게 솟아오르는 케이크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 나에겐 선물이 된다.  



미리 만들어 준비한 레몬 아이싱을 듬뿍 뿌릴 준비를 한다.

레몬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레몬 제스트도 많이 넣어주었다. 슈가파우더 양을 더 늘리면 윗부분에 아이싱 모양이 조금 더 선명하게 남지만 그 정도의 점도를 주지는 않았다. 듬뿍 뿌려 버려. 듬뿍 뿌려야 맛있다. 디저트를 만들면서 칼로리 따위를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만들 때 느껴지는 소소한 행복감과 먹을 때 입에서 퍼지는 달콤한 행복감만 생각하면 그만이다.


Styling


케이크 위에 다진 피스타치오와 레몬 슬라이스를 올려 비주얼도 완성한다.

이렇게 완성한 새콤달콤한 케이크는 따뜻한 홍차와 함께하면 정말 맛있다.

참고로 파운드케이크는 만든 직후 먹는 것보다 완전히 식으면 완전 밀폐된 용기에 넣어 다음날 먹는 것이 더더욱 부드럽게 케이크를 즐길 수 있는 tip이다. 물론 다음날까지 참을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지만..


생각보다 난 참을성이 강했다.

내일 더 부드럽게 먹을 케이크를 생각하며........ 그렇게 밀폐용기 안에 고이 보관했다.

퇴근 후 베이킹은 이런 것.

매거진의 이전글 채우는 이야기_토마토 스파게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