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ble을 채우고 비우는 이야기
채우기 위해 비우는 경우가 있다.
또는 비우기 위해 채우는 경우도 있다.
많은 것들이 채워지고 비워지는 우리 주변의 가장 일상적인 공간은 바로 식탁.
푸드스타일리스트인 나는 카메라의 네모난 프레임 안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기 위해 매번 테이블을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한다. 이 직업은 생각보다 고되지만 꽤나 흥미롭다. 하나의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스케치하여 테이블을 채워갈지 고민한다.
재료 하나하나의 이야기도 있고, 그 재료로 요리를 하면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진다. 무엇보다 완성된 요리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식재료를 화면 안에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하고 그 이야기들을 사각형 카메라 프레임 안에 담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좋아하는 일도 업이 되면 어느 순간 내가 뭘 하고 있나 싶을 때가 있다. 바쁘게 일로 쳐내버리다 보니 식탁 위에 풍성함은 잊은채 이쁜 그릇을 설거지 거리로, 음식들은 음식물 쓰레기로 치부되어 버린 채 빨리 일을 끝내버린다.
그런 일들이 참 아쉬웠다.
식재료와 요리, 그릇으로 식탁을 채워가는 이야기, 풍성한 식탁을 가족, 친구와 웃고 떠들며 맛있게 비워가는 이야기를 채비라는 이름으로 기록해보려 한다. 일을 위한 일이 아닌 나만의 요리 이야기. 먹방이나 맛집 기행, recipe는 아니지만 소소한 볼거리와 읽을거리가 있는 주말 오후 brunch 같은 이야기.
이야기가 있는 브런치를 만들 생각에 설렘이 생기는 건 이것을 시작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는듯 싶다.
저랑 같이 brunch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