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타기 직전에 요리를 완성했다.
개인적으로 '줄리앤 줄리아' 영화를 정말 사랑한다.
요리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운 그들, 그리고 요리로 만들어가는 각각 부부의 행복이 결혼에 대해 환상을 가지게 하는 안 좋은 영향도 있지만.. 덕분에 나까지 행복의 기운으로 뒤덮인다. 처음부터 끝까지는 10번 넘게 본 듯하다. 특히 좋아하는 장면은(줄리앤 줄리아가 요리하는 장면!!) 기분이 우울할 때마다 틈틈이 넘겨보며 힐링한다.
Bon appétit
주인공이 외치는 "본 에퍼티!"는 요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조심스러우면서도 소중한 단어이다. 적어도 이 3가지의 뜻은 내포되어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1. 너를 위해 준비한 이 요리가 너에게 맛있었으면 좋겠어.
2. 너를 위해 준비한 이 요리를 통해 나의 진심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3. 너는 나에게 꾀나 소중한 사람이거든
나를 위해서든, 타인을 위해서든 마찬가지다. 누군가 또는 나를 위해 재료 준비에서부터 요리, 그리고 요리를 대접하는 모든 과정이 꾀나 번거롭기 때문에 요리는 정성이고 사랑이다.
Ingredients
그래서 오늘은 부모님과 함께할 비프 부르기뇽 (Beef Bourgignon)에 도전해보았다. 이건 누구나 좋아하는 소고기 요리.
와인이 양념의 베이스가 되는 우리나라의 갈비찜 같은 프랑스 가정식.
중요한 건 프랑스식 전통 피프 부르기뇽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내가 만드는 이 맛이 맞는 맛인지는 모르지만.... 맛있으면 그만이다.
이 요리에 도전 표를 던진 건 무쇠솥을 선물 받아서이다.
영화 속에서 줄리아는 주황색 무쇠솥에 그림 같은 비프 브루기뇽을 만든다.
나는....... 초록색 무쇠솥에 약간 타기 직전의 브프 브루기뇽을 완성했다. 무쇠솥이 열을 오래 머금고 있는 듯하다. 불을 껐는데.. 이것저것 준비하는 사이에 뭔가 바짝 졸아버렸다. 타지않아서 너무너무 다행인걸로 마음을 위로한다...
그래도 맛은 꽤 괜찮았다!!
와인을 곁들여 즐거운 저녁을 엄마 아빠와 함께 했다.
이 요리를 먹기 전 나도 말해 보았다
엄마아빠!! Bon appétit!!
이 단어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
1. 엄마 아빠에게 이 요리가 맛있었으면 좋겠어요.
2. 항상 착한 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3. 엄마 아빠는 제게 엄청나게 소중하신 분들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