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의 UX는 근본(?)부터 잘못되었다는 걸 인정하기
2018년에 투자유치 후 신규 인력이 유입되었고 기존 서비스의 전반적인 디자인과 UX를 개선할 여력이 생겼다. 그래서 그동안 내외부적으로 들어온 피드백을 취합하여 우리 서비스가 가진 매우 불편한 점을 제거하기 위해 UX 개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8년 12월 초에 UX 개선을 위해 TF를 구성하고 1주마다 3회에 걸쳐 UX 회의를 진행했다. 1주 차 회의는 격일 단위로 진행하였다.
1주 차에는 전체 구성원이 돌아가면서 우리 서비스가 가진 장점과 단점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고객들이 잘 사용하지만 불편해하는 기능과 고객에게 알려주면 좋아하지만 직접 알려주기 전에는 잘 알지 못하는 숨어있는 기능을 부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전체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우리 서비스의 단점은 GNB(Global Navigation Bar)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메인 메뉴 중 1개의 메뉴 뎁스가 유독 깊고, 고객이 필요한 기능을 그때그때 만들어 눈에 잘 띄는 곳에 메뉴를 만들어 붙이면서 메뉴 정리도 안 되어 있었다. 이렇게 GNB 구조가 엉망이고 메뉴 정리도 안 되어 있으니 기능이 다른데도 같은 기능으로 헷갈리는 현상도 발생했고, 모바일 앱과 웹앱이 호환이 중요하지만 전혀 호환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 개선해야 할 점과 강조할 점을 정리하니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은 리스트가 나왔다.
개선해야 할 점
GNB(Global Navigation Bar) 구조
메뉴명과 서비스 내 워딩 정리
좋은 기능이 많지만 눈에 잘 띄지 않음
모바일앱과 웹앱 데이터 호환이 되지 않는 문제
강조할 점
여러 개의 사업장을 전환하며 데이터 확인하는 기능
세무대리인 업무 효율화를 위해 만든 기능
상세하고 정확한 데이터와 예쁜 그래프
나를 포함한 UX 개선 TF에서는 1주 차에 나온 내용을 살펴보았을 때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GNB 구조 정리라고 판단했다. GNB가 정리되면 나머지 개선해야 할 점과 강조해야 할 점이 자연스럽게 정리될 수 있다고 의견이 모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2주 차 UX 회의에서는 화이트보드 판에 포스트잇으로 간단한 웹 I.A.(Information Architecture)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리 웹앱 전체 메뉴명과 구조를 알고 있는 내가 먼저 지금 비즈넵(BZNAV)의 I.A. 를 포스트잇으로 화이트 보드판에 시각화했고, 그다음에 TF 구성원들이 메뉴별로 같은 성격과 다른 성격의 것을 구분하여 재정리했다.
GNB구조 정리가 필요하다면서 I.A. 를 정리하기 시작한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I.A. 는 웹의 구조도로, 메뉴와 기능의 상하관계(계층)와 유저 플로우를 포함하여 웹앱의 기본 뼈대이기 때문에, I.A. 가 정리되어야 서비스의 철학이 담긴 화면을 보여줄 수 있는 GNB의 구조 또한 정리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Global Navigation Bar를 기획하기 전에, I.A. 를 명확히 정리하는데 시간을 투자했다.
I.A. 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1. https://seanlion.github.io/ux/21 IA, 이렇게 그리면 되나요?
2. https://philosophiren.com/292
크고 복잡한 서비스였고, 정식 서비스 론칭 이후에 I.A. 를 본격적으로 뜯어본 것은 처음이라 구성원들 간의 의견이 분분했다. 서비스가 일반 B2C 대상이 아니고, 어려운 회계용어들이 포함되어 있다 보니 다들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I.A. 를 재구성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덕분에 2주 차 회의는 격일로 진행하기 어려워 매일 1시간씩 진행하였고 겨우 다들 합의하는 수준으로 I.A. 를 정리하게 되었다
2주 차에서 정해진 I.A. 를 화이트 보드판에 깔끔하게 다시 정리하고 전체 구성원에게 공유하여 추가적인 의견을 청취하였다. 그런 후에 어떤 GNB 구조가 맞을지 다시 격일 단위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3주 차 첫날인 월요일에는 미리 생각해둔 8가지의 GNB구조에 대해서 구성원들의 투표를 받아서 가장 많이 선호하는 GNB를 정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기능의 배치를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둘째 날인 수요일에는 월요일에 논의되었던 GNB에서 불필요하거나 추가되어야 할 기능이 있는지 다시 논의하고, 새로 나온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GNB로 결정하게 되었다. Atlassian의 Confluence와 Jira의 GNB 구조를 벤치마킹한 것이었는데, 이 구조로 결정하고 우리 서비스를 다시 적용해보니 뭔가 애매하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셋째 날인 금요일에 다시 I.A. 구조도를 보고 GNB를 그려가며 하나씩 대조해보았는데, SSO가 미처 고려되지 않았던 문제가 발견되었다. 다들 메뉴 정리와 복잡한 구조를 펼쳐서 보여주는데 집중하는 나머지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SSO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너무나 치명적인 실수였다.
전체 구성원과 많은 회의를 진행하면서 우리 서비스의 문제점을 공감하고 다 같이 해결하려고 했던 그 시간들이 좋았지만, 화이트 보드만으로 시각화하면서 진행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뽑아내기엔 한계가 있었다.
전체 구성원과 많은 회의를 진행하면서 우리 서비스의 문제점을 공감하고 다 같이 해결하려고 했던 그 시간들이 좋았지만, 화이트 보드만으로 시각화하면서 진행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뽑아내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현재 서비스가 운영 중인 것을 개편하려고 보니 한 달여간 UX회의를 진행하면서 상황이 변동되는 부분이 계속 발생했기 때문에 전체 구성원이 참여하는 회의 방식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논의했던 GNB를 바로 적용하기보다는 표로 구조도를 정리할 팀과, 프로토타입으로 GNB를 그려볼 팀으로 구성된 작은 TF를 다시 꾸려서 기존에 논의된 내용을 기반으로 심도 깊게 다시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 회의는 1주일에 1회씩 모여서 진행되었고, 현재의 비즈넵 3.0의 기반이 되는 구조도가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만족할만한 구조도가 나온 건 2019년 3월이었으니, 처음 UX 회의를 시작하고 4개월이 지난 상태였다.
우리 2019년 내에는 GNB 서비스 개선할 수 있을까...?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