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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스 기획자 엘린 Dec 26. 2022

2022년 회고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른 2022년

대 이동의 시대


우리 회사만 그런가 싶었는데 다른 회사도 사정이 비슷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2022년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대 이동의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2022년 상반기가 끝나갈 때쯤 주변 동료들이 하나둘 씩 떠나가더니, 하반기 시작할 때 나를 포함한 많은 인원이 회사를 떠나왔다. 우리 회사만 그런가 싶었는데 다른 회사도 사정이 비슷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시장 상황이 급작스럽게 경색된 영향도 있었고, 다들 몇 년씩 다니던 회사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옮기려는 사람들도 늘어난 것으로 보였다. 나는 회사도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7년 동안 머물렀던 집까지 이사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이 “자리 이동”하는 한 해를 경험했다.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는 다양했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원인은 불안감이 아니었나 싶다. 시장이 경색되는 와중에 투자는 진행 중이라는 소식만 들리고 큰돈을 들여 진행한 프로젝트는 예상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내부적으로 좋은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잘해보자는 분위기가 아니라, 많은 이들이 부정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던 것 같다. 경영진에서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지만, 당시에는 그게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투자도 받았고 새롭게 시도한 프로젝트도 성공해서 분위기가 바꼈다고 들었다. 다행이다 정말 ^^)


나도 한 가지 도메인의 서비스만 기획하면서 스스로 발전이 없는 것 같다는 불안감과 함께 점점 지쳐갔던 것 같다. 많은 요소들이 부정적으로 보였고, 회사에서 새롭게 제시하는 비전에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늘어나면서 팀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힘도 잃어갔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다른 서비스를 만드는 경험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직을 결심했고 2022년 5월부터 이직준비에 돌입했다.


2번의 이직

나는 운이 좋게도 이직준비를 힘들이지 않고 한 편이었다. 링크드인으로 인하우스 리크루터분들이 연락을 많이 주셨고, 다른 곳으로 이직한 동료가 나를 추천해주기도 했다. 이력서는 경력기술만 간단히 업데이트를 한 상태에서 이력서를 전달한 정도로 면접을 여러 번 보았다. 면접은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잘 대답하지 못한 것이 더 많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좀 더 잘 준비하고 더 고민해서 회사를 옮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날 뽑아주는 곳으로 일단 옮기자.”라는 생각이 더 강했었다. 그래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합격한 곳으로 이직을 결정했다.


너무 쉽게 결정한 것에 대해서 정말 많이 후회했다.


하지만 큰 고민 없이 입사해서 그런지 면접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회사의 상황과, 입사 후의 회사의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닫고 너무 쉽게 결정한 것에 대해서 정말 많이 후회했다. 이직한 회사의 경영상황이 나쁘다거나 비전이 없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원하는 “내가 스킬업을 할 수 있는 업무 시스템”이 갖춰진 회사는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하는 상황이라 당황스러웠다. 이직하면서 내가 리드하기보다는 팔로우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그러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이직을 결심했다. 이번에는 시리즈 C이상의 규모 있는, 지속가능성이 있는 서비스를 가진 회사로 옮기기로 마음먹고 아예 큰 규모의 회사만 찾아보았다. 그러다 좋은 기회로 컬리와 인연이 닿아 현재는 컬리 풀필먼트 프로덕트본부 소속 Product Manager로 옮겨왔다. 1년 안에 이직을 2번이나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었는데 올해는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났는지….


N잡러

2022년에는 정말 많은 외부 활동의 기회를 접했던 한 해로도 기억이 될 것 같다. 첫 번째는 정말 운이 좋게 지인 추천으로 연세대 글로벌대학에서 강사로 1학기 강의를 진행했었다. 전반적인 IT 시스템의 이론에 대해서 강의를 했었는데, 강의를 하면서 오히려 내가 새롭게 알아가는 부분이 많았었던 시간이었다. 내가 너무 준비가 덜 된 상태로 강의를 해서 좀 더 준비를 했어야 했다는 후회를 많이 했다. 학생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래서 내년에도 강의를 이어갈지 고민하다 이 이상 강의를 하면 민폐라고 생각하여 내년도 추가 임용은 포기했다.


그리고 브런치를 통해서 메가스터디아카데미 특강 문의가 들어온 덕분에 단순히 ‘발표’가 아니라 처음으로 특강 형태의 유료 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했었다. 약 3시간 정도 서비스 기획자가 어떤 흐름으로 업무를 진행하는지에 대해서 강의했는데 너무 떨었던 기억밖에 남지 않는다(..ㅠ). 그래도 좋게 봐주시고 다른 강의도 제안을 해주셔서 온라인 강의도 준비하고 있는데 이건 시간 내에 녹화파일을 잘 전달드리는 것이 목표다.


이 외에도 몇 개를 동시에 이것저것 같이 진행하면서 N잡러로 2022년을 살다 보니 퇴사하고 개인사업자를 내서 프리로 뛸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아직 내 역량이 그 정도 수준은 아닌 것 같고, 제 명대로 못 살 것 같아서(…) 포기하고 N잡을 정리하고 있다. 한동안은 본업에 집중하려고 한다.(본업 내용 익히는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2023년을 바라보며

올해인 2022년에 일어난 굵직한 사건들은 전부 내가 계획했던 것 중에서 하나도 없었다. 올해 이직이나 이사 계획도 없었고, 외부 강의를 다닐 계획도 없었다. 그러면서 코로나도 걸리고, 몸에 무리가 갔는지 발목을 여러 번 다치면서 발목 수술로 올 연말을 마무리하기까지 했다. 이 와중에 Women Who Code에서 인터뷰​도 했다. 원래 이직이나 이사 같은 건 한 해 전에 계획을 세워두는 편인데 올해는 모두 갑자기 연달아 발생해서 너무 정신이 없었다.


2023년에는 개인적으로 몇 가지 굵직한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예상하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이 외에는 큰 변동 없이 지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 사는 것을 좋아하는 인간이라 올해처럼 예상치 못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내년은 무난하게 지낼 것 같다.


올해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고 경기가 급작스럽게 안 좋아지면서 많은 분들이 격동의 2022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2023년도의 경기전망도 그리 좋지 못하니 내년에도 많은 분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내년에 무사히 한 해 넘기시고 좋은 시간을 맞이하시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치겠다. 2023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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