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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스 기획자 엘린 Sep 03. 2023

<사라진 개발자들>을 읽고

최초의 직업 프로그래머는 여자라는 사실

전 세계의 개발자(프로그래머) 90%가 남성이라는 작년 기사​처럼 현재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남성의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하지만 최초의 프로그래머는 여성이었고, 한동안 이 직업은 여성의 것이라는 인식이 이어졌다는 것을 아는가?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라 불리는 에니악의 발명가는 남성이었지만, 이 컴퓨터를 동작하게 만드는 프로그래밍은 전적으로 여성들의 작품이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여자가 그런 일을 해냈을 리 없다”는 편견 속에서 묻혀있었다. 결국 이 이야기는 한 사람이 오랜 시간 노력한 끝에 밝혀졌고 역사로 기록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내용은 오늘 소개할 <사라진 개발자들>이란 책으로 세상 밖에 나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에서는 포탄의 궤도 계산에 수학 지식이 있는 여성들을 많이 채용했다.



<사라진 개발자들>은 최초의 ‘직업’ 프로그래머(p.289)인 6인의 여성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 미국이 참전하는 것을 기점으로 전쟁에 나간 많은 남성들을 대신해 군에서 수학에 재능이 있는 여성들을 채용하기 시작한 때에 일을 시작했다. 미군에서는 포탄의 궤도 계산(탄도학)에 많은 인력을 투입했고 특히나 여기에 수학 지식이 있는 여성들을 많이 채용했다. 수학 지식이 없더라도 재능이 있다고 판단되면 따로 교육까지 한 후에 채용하였다. 이렇게 채용된 여성들은 “컴퓨터”로 일을 하였는데, 이때의 Computer란 단어의 뜻은 “계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때의 이 여성들이 군에 전략적으로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은 오랜 시간 인정받지 못했다. 이런 내용은 몇 년 전,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발표된 <블렛츨리 서클​>의 여성 암호해독가들과 영화로 발표된 <히든 피겨스​>의 유색인종 나사 “컴퓨터”들을 생각나게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블렛츨리 서클>


히든 피겨스 영화 포스터



책에서는 이 6인의 여성 개발자들과 더불어 에니악 프로그래밍에 기여한 주요 인물들의 구술 역사 내용을 중심으로 때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점은, 이야기의 내용 대부분이 작가가 직접 당사자들과 당사자의 가족들을 인터뷰하고 기록한 내용을 토대로 말 그대로 “발굴”한 것이라는 점이다. 작가가 우연한 기회에 에니악 옆에 있는 두 여성이 찍힌 흑백 사진을 보고 나서 이들이 어떤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어디에도 기록되어있지 않은 이 여성들의 이름을 시간을 들여 하나씩 찾아내서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굴된 최초의 ‘직업’ 프로그래머인 여성들의 이야기는 놀라움의 연속 그 자체였다. 전쟁 중에 시작된 에니악 개발 프로젝트는 전쟁이 끝나고 난 이후에야 완성이 되었는데, 이때 여성들은 다시 집안에서 있길 원하는 사회적인 요구에 따라 직업을 포기하기 쉬운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6인의 여성은 에니악이 실제로 가동되어 전자식 컴퓨터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에 열정적으로 임했다. 심지어 너무 극비라 기계를 만져보지도 못하고 도면만을 보면서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이런 여성들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이렇게나 힘들게 발굴되었다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이 역사가 세상에 나와 우리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다가 프로그래머의 90% 이상이 남성이 되었고 남성의 직업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초의 프로그래머도, 최초의 ‘직업’ 프로그래머 역시 여성이었으며 이들이 발명한 개념들이 아직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프로그래머인 여성들과 프로그래머로 도전하는 여성들, 또는 IT업계에서 일하고 일하려는 수많은 여성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과거의 많은 여성들이 해냈으니 당신들도 해낼 수 있다고.


이런 좋은 책을 번역해서 소개해주신 한빛미디어에 정말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한빛미디어의 제공으로 책을 받아 읽었지만 유료로 구매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을 책이라 자신할 수 있다. 꼭 한 번씩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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