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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퇴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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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짝 Jun 29. 2021

Day 4|몸과 마음은 하나니까, 몸.

헬스 PT 4주 차 횐의 일기

(사실 1주일의 간격이 있는) 4일 차 일기다.

눈코 뜰새 없이 격무와 바쁜 일정에 시달리느라 못쓴 건 아니다. 

일기라는 이름에 얽매여 매일 발행해야 한다는 것에만 치중한 채 '나는 오늘 ~를 했다' 문장의 변주로 가득한 글, 그러니까 너무나 일기인 글을 쓰기 싫어서 그랬다. 

맞다. 이건 변명이다. 사회생활하면서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능글거림과 다크서클이지 뭐.

아! 뱃살과 만성피로도 빠질 수 없겠다. 


원래도 매일 활기 넘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직장 생활에서 쌓이는 일상의 만성피로감은 구할 도리가 없다.

알람 없는 주말이면 오후 1시까지 깨지 않고 자기 일쑤였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느껴지는 짓눌리는 기분이란. 뱃살은 또 어떻고...... 타고난 체형상 뱃살이 없는 허리가 장점이라면 장점이었는데, 이젠 그런 생각마저 신기루 같을 지경이다. 휴.


결국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몸 상태를 안고 운동 선생님을 찾기로 했다.

물론 5월 말에 받은 인센티브가 예상보다 두둑이 들어온 덕이기도 하다. (감사합니다 전무님. 충성.

대출 상환과 적금 등에 쓰이고 남은 돈으로는 나 자신에게 근육을 선물해주고자 마음먹었다.


코로나 핑계를 대며 운동을 놓고 있던 사이에 PT 선생님과의 매칭을 도와주는 어플도 나와있었다.

악 소리 나게 빡세지만 아주 정확한 포인트를 짚어줄 것만 같은 관상의 선생님을 선택했다.


한 달여 전의 내 판단은 정확한 걸 넘어서... 명중이었다.

ㅅㅇ쌤은 '하면 돼요! 횐님!' 하는 호쾌한 말투를 장착한 채 내 몸 구석구석을 무지막지하게 조지고 계신다.

횐(나) : 흐헉 흐헉..
쌤 : 횐님, 토할 거 같으세요? 토할 거 같으시면 말씀하세요.
횐 : 왜여..?
쌤 : 토하고 오셔서 다시 하시면 돼요. 다른 횐님들은 그렇게들 하세여. *^^*

쌤과 함께하는 1시간 동안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건 '건강해지겠지! 살 빠지겠지!'가 아니라 '그래.. 시간은 흐른다. 이 시간은 무조건 지나간다.'일뿐이다. 그리고 수업이 끝날 때면 쌤이 빠짐없이 덧붙이신다. 

"요정도 한 게 운동! 한 거예요."


건강검진 종합 소견.... 너.. 인정. 완전 인정.

이런 게 운동이라면 난 운동을 거의 안 한 게 맞다. 

집에서 30분짜리 홈트 영상 따라 하면 빡세게 운동한 건 줄 알았던 오만한 날들이여..


ㅅㅇ쌤의 화끈한 카리스마에 조금 빠져버린 나는 그녀가 내려준 생활지침을 고분고분하게 따르기로 했다.

일주일 총 3~4회 운동 : 1:1 수업 2회 + 개인 운동 1~2회(야외 인터벌 러닝 20분 꼭 1회 포함)

과자, 밀가루, 설탕 끊기 : 견과류와 과일로 간식 습관 대체하기. 초콜릿은 다크 초콜릿으로. 

술은 최대한 절제하기 : 꼭 마셔야 한다면 와인이나 소주로. 맥주는 금물. 술 마시기 전에 이빨로 씹는 음식 중 지방 함유량이 높은 것으로 배를 채우기

이외 생활습관 : 택시, 엘리베이터와 멀어지기. 걷고 계단 이용. 반신욕과 스트레칭 자주.


말 잘 듣는 범생이 체질인 난 이 지침을 위대한 가르침으로 받아들여 지키고 있는데, 고작 한달 안에 이들이 가져온 변화를 보며 조금 놀라고 있다.


지독했던 만성피로감이 확연히 줄었다. 같은 회사 같은 업무 같은 출퇴근인데 확실히 덜 피곤하다.

주말에 알람을 꺼놓았는데도 아침 8시면 가뿐하게 눈이 떠진다.   

이전에 힘들다고 느꼈을 법한 지점에서 몸이 버텨주는 느낌이 생겼다.

속이 불편하고 답답한 느낌도 줄었다. 

몸에 힘이 생기니 마음이 움직일 공간도 넓어지는 것만 같다. 


역시나 몸과 마음은 하나다. 

그들을 돌볼 때는 잘 보이는 몸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수월하다. 수월하다기에는 어제 내가 수업시간에 내지른 악들이 생각나지만.. 그래도 운동하자! 몸을 돌보자.

자주 걷다 보면 예쁜 것도 많이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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