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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책불혹 Jul 09. 2023

연봉은 무엇으로 정해지는 걸까?

An outlook on the world

드라마 <미생>, 사수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장백기사원

같은 직장에 동기로 입사했어도 너와 내가 연봉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있기에 서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치에 대해 좀처럼 자기객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연봉이 자신보다 높았을 경우 혹은 상대의 능력을 인정하더라도 심술이 사그라들지 않아서 그 직장을 다니기 힘들어지는 비극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드라마 <미생>에서 장백기 사원을 통해서 보았지만 대게 신입이나 경력이 많지 않은 사원급들은 자기 기준에서의 판단이 얼마나 협소하고 편협했는지 좀처럼 알지 못한다. 자신의 눈으로 봤을 때 능력이 없어 보이는 상사들도 실은 자기의 과정을 모두 거친 엘리트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참고로 그 자리에 가봐야지만 알게되는 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죽어도 알 수 없는 시야들이 있다. 마치 자식들이 부모가 되어 보지 못하면 절대 알 수 없는 부모 마음 같은 것들 말이다. 회사뿐은 아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의 처음이란 그렇게 어설프고 조금 알게 되면 다 알게 된 것처럼 구는 어리석음을 시전 한다.

그리고 능력치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많은 연봉을 원한다. 그나마 자기객관화가 잘 되어 있는 사람들은 그 연봉에 따라 부담을 느끼기도 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만큼 열심히 더 하려는 사람도 있고 불만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그 연봉에 따라 나태해지기도 한다. 문제는 그 태도로 연봉은 결정되지 않는다.


카페프랜차이즈에서 10년이 넘게 일했다. 시작은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입사해서 나름 실력도 인정받고 사원으로 시작해서 일찍이 점장 직책을 달고 매장관리자로서 오랜 시간 일을 했다. 호기심에 다른 브랜드의 점장으로 이직도 하고 커피프랜차이즈의 정점인 스타벅스에도 경력직 공채로 입사한 경험이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정규직원이 아닌 이상 경력이 몇 년이든 높은 연봉을 받기란 어렵다. 점장에서 슈퍼바이저 지역팀장 등으로 계속 진급을 하지 않는다면 최저시급자로 살아야 한다. 물론 크게 어려운 일이 없다. 완벽을 추구해도 매장관리자라는 것이 결국 회사에서 제공한 매뉴얼에 따라만 움직여도 큰 탈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고 창의적인 고급 인력이 필요가 없다. 매 년 최저시급이 심심치 않게 올랐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면 일에 상응하는 대접이라고 보는데, 문제는 갓 들어온 아르바이트들과 별 다를 것이 없는 처우를 받게 된다는 점에서 현실 타격이 오는 것일 거다. 냉정하게 기업의 잘못이라고 보긴 어렵다. 누구나 3개월만 하면 할 수 있는 일이고 1년이면 비슷해진다. 물론 개인의 시간 투자에 따라 스킬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극대화시키려면 결국 자기 장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커피업계 일을 하면서 급여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자기의 담당 주치의를 하루만에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한다. 유럽 국가 중에 빠른 편이라고 하는 <그리스>가 자기 담당 주치의를 만나는데 4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의료보험제도 덕에 저렴한 금액으로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선진국이다. 대게 의사들의 연봉은 억대 연봉이고 그래서 상위권 부자들에 속한다고 으레 알고 있다. 그래서 액면으로 보이는 연봉에서 높은 세율의 세금을 적용해도 내가 커피업계에서 벌어들인 연봉에 비례하면 3배 이상이 된다. 그럼 정말 의사들은 많은 돈을 벌고 있는 걸까?


의사도 의사 나름이다. tv출연에 여러 방송에 나오는 스타 의사들도 있고 요새는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나오는 의사들도 즐비하지만 어느 영역에 돈을 벌든 나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갈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수입에 관심도 없을뿐더러 많이 번다고 여기 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책임"에 있다. 나는 그저 커피 한 잔이 고객의 몸에서 소화가 될 때까지만 책임을 진다. 그 이후에는 탈이 난다고 해도 나의 커피로 인한 책임이 아니며 내가 할 도리는 다 했다. 물건이 아닌 이상 소비자보호법을 적용해도 이미 마신 커피에 대해서는 환불하지 않는다. 물론 여름철 위생이 한창 일 때 식중독으로 인해 책임을 지는 일은 간간히 본다. 그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책임기간은 짧다. 


하지만 의사는 어떨까? 우리가 어떤 병원에 가서 환자로 등록이 되고 진료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는 진료기록부는 보관 기일이 10년이다. 자신이 적어놓은 그것에 대한 책임기간이 10년이란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정작 치료 비용으로는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아 몇 천원에서 몇 만 원, 큰 수술의 경우 몇 백만 원까지 납부를 하지만 책임에 대한 기간으로 볼 때 과연 의사가 받는 몸값이 많은 걸까라는 점에서 물음표가 뜬다.


유명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요새는 꼭 유명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개인방송을 통해 그 이상의 아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대국민사과까지 하는 모습도 종종본다. 얼굴과 목소리 이름 등을 널리 알려버린 그 사람들은 자기 행실에 대한 책임을 계속 지고 살아야 한다. 노출이 잘못되면 평생 인터넷 바다에서 자기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욕설을 받으면서 살아야 하니 과연 그들의 수입이 많다고만 할 수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것마저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영역이니 말이다. 


심지어 연예인을 공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어사전적인 정의로는 당연히 해당되지 않거니와 연예인도 소위 잘 나가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한 철 장사가 대부분인데 나라에서 녹을 먹는 것도 아니고 안정적인 수입도 없는데 공인이라고 말하면서 삶을 무겁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참 폭력적인 대중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남에 연봉에 대해 궁금하다면 그리고 그 연봉이 하는 일에 비해 높은 거 아닐까 의심이 된다면 한번쯤 생각해 봐라. 자신은 대체 얼마나 책임을 지고 살고 있는지. 겨우 자기 몸뚱이 하나도 간수 못해서 어려운 지경은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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