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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책불혹 Jul 09. 2023

[MBTI]가 인기를 끄는 이유

An outlook on the world

이제는 자기소개서에 적을 만큼 자신을 MBTI로 소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전에도 혈액형이나 여러 심리테스트 등을 통한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보는 도구들이 있었지만 혈액형은 고작 네 가지 속성뿐이었고 각 종 심리테스트는 공신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재미로는 해도 불호인 경우가 많았다. 그에 비해 MBTI는 열여섯 가지의 속성이 있고 또 그 안에 두 분류로 나눠 총 32가지의 속성이나 되니 다른 도구들 보다 세밀하고 정확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것 같다. 물론 막상 검사를 해보면 '자신이 되고 싶은 나'와 '실제의 나' 사이에서 올바로 선택하지 못하고 감정이나 상황에 따라 생기는 오류들이 있어 검사를 여러 번 거듭할 때마다 차이들이 생기니 맹신할 순 없겠다. 고작 네 분류라고 소개했던 혈액형마저도 맹신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괜한 걱정은 아니다. 

 성향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게 사람들은 타인에게 이해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오랜 친구가 편한 이유도 자신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적기 때문이지 않은가? 그렇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어떤 대상을 이해하는 과정을 MBTI가 조금은 단축시켜 준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언어의 높낮이에 따라 감정이나 상황들에 따라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에 오해의 폭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서로에 대한 이해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령 자기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자신을 욕한다면 화부터 나겠지만 욕쟁이 할머니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욕을 들어먹으면 그걸 기분 좋게 넘겨버리니 상대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의 일부

오래 전에 전공 수업으로 ‘시’를  들은 적이 있다. 시인 중에는 밤하늘을 보면서 우주를 떠올리는 주술사도 있다고 했다. 천체망원경도 없는 시대에 말이다. 아마 김춘수 시인은 꽃을 보면서 존재에게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본 것 같다.

우리는 신과 같이 내가 '나'로, 그저 '나'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니 자신을 수식할 무언가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시작해서 직업, 나이, 학력, 지역 등의 자신을 설명하는 도구들이 있고 MBTI도 그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내 자기 자신이 되어버린다. 사업이 실패한 후 한강으로 투신을 한다거나 이혼을 한 후 서울역 앞에 노숙자 신세로 사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이들은 자기 존재를 극단적으로 정의하고 투영하여 단어가 사라짐과 동시에 자신도 사라지는 경험을 한 정체성을 잃은 사람들일 것이다. 

MBTI의 유행은 이처럼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 사람들의 본능이자. 자신을 찾고자 하는 일련의 노력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은 자기 만족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며 사람들 간에 소통이 되며 심지어는 삶의 이유일 것이다. 그러니 나는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타인은 대체 무엇인가를 고민해 나가는 것도 인생의 중요한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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