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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책불혹 Jul 11. 2023

나만 알기 아까운 카페 2

결국 카페는 커피를 마시러 가는 곳이기에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집 근처에 카페가 생기는 일이야 워낙에 흔하고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카페가 생기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다. 언젠가 다시 또 카페를 차리겠다는 꿈을 꾸지만,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데 나는 남이 카페를 차리는 것에 배가 아프지 않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에 그저 걱정될 뿐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정말 '잘하는 카페'를 만났을 때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내 배를 아프게 한 카페를 만나서 소개하고 싶었다.  

  

'잘하는 카페'라고?


로스터리 카페를 선호한다. 물론 이젠 로스터리 카페조차도 즐비한 상황이라 로스팅을 한다는 그 자체로는 새롭다 말하기 어렵지만, 새로운 카페를 갈 때 고려하는 내 최소한의 기준이다. 생두의 특성을 잘 아는 사람이 로스팅을 하고 블렌딩해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는 그 집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고유한 음료이기 때문이다. 품질이 좋은 생두를 로스팅하고,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하이엔드급을 사용하는데 가격까지 합리적인 매장이라면 나는 그 카페를 '잘하는 카페'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기가 이에 해당하는 매장이다. 



메뉴판을 보면 알겠지만 메뉴는 3가지로 매우 단촐하다. 원두 납품을 주 사업으로 하시던 분이 매장을 넓혀서 추가적으로 카페를 운영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종 로스팅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원두의 대중화를 위하여 좋은 원두를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적은 마진을 놓고 카페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성격의 카페들과 닮은 꼴이다. 화려한 디저트가 있거나 인스타감성의 사진 찍기 좋은 그런 카페들이 아니라 오직 커피 하나로 정면승부 한다는 느낌의 매장이다. 위의 메뉴 사진을 보면 아메리카노의 원두를 3가지 중에 선택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원두들의 원산지, 커피노트, 총괄적인 성격 등을 알 수 있다.



블렌딩원두에 스페셜티를 사용하는 매장


처음 매장을 방문하고 원두를 선택할 때 좋았던 것은 블렌딩원두에 좀처럼 섞기 어려운 스폐셜티 등급의 원두가 들어간다는 점이었다. 가령 <S3 블렌드>에는 에티오피아와 콜롬비아산지의 원두를 사용하는데, 무려 '게시야 G1 네츄럴'이다. 보통 블렌딩 원두로는 에티오피아를 많이 사용해도 G2정도 등급의 원두에 그치기 마련인데 G1을 사용하고 그것도 '게이샤'를 맛 볼 수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참고로 '게이샤'는 이미 커피 매니아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정평이 나 있는 산미가 풍부한 값비싼 원두 중에 하나이다. 나머지 2가지 원두에도 각 주요한 스페셜티 등급의 원두가 들어가 있다. 


시네소 싱크라(CYNCRA)



하이엔드급 에스프레소 머신


원주에서도 하이엔드급 머신을 사용하는 매장들이 몇 군데 있다. 2그룹만 되도 2천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고가이기 때문에 필수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하지만 스페셜티 등급의 원두 본연의 맛을 추출하기에는 전혀 아깝지 않은 투자일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브랜드가 많지 않아서 위의 기기의 명칭은 정확하지 않을 수가 있다. 슬레이어사의 커피머신은 보통 타이머가 달려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시네소일 것이라고 추측이 되었다. 



합리적인 가격


아메리카노 한 잔의 가격은 4,000원이다. 여타 커피프랜차이즈의 아메리카노와 단순 비교하면 저렴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같은 이름을 가졌다고 해서 생김새가 같은 것이 아니듯 이름만 같은 전혀 다른 상품이기에 비교가 불가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품질에 비해 아주 합리적인 가격이다. 


메뉴판에 보면 1kg의 가격은 직원문의로 되어 있다. 아마 블렌딩 원두의 원두가 교체되거나 단가의 상승으로 인하여 가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가격을 알고 있는 이유는 며칠 전 직접 구매해서 먹고 있기 때문인데, 매일 같이 커피를 내려먹는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1인가구라도 분할로 가져올 수 있으니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된다. 갈 때마다 좋은 머신으로 추출된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는 건 덤이다. 



카페는 포화가 아니다


흔히 카페는 포화상태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단어적 정의로 '블루오션', '레드오션'이 있지만 그건 한시적인 개념일 뿐 영원한 '블루오션'도 '레드오션'도 없다. 더 가치있고 좋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늘 시장은 열려 있고 대중들이 그 가치를 알아주는 시간까지 오래 걸릴 뿐, 결국에는 경쟁자가 없을 '블루오션'이 된다. 나는 소비자로서 내가 더 좋은 것을 얻기 위해서도 공부하지만, 그 가치를 전파하기위해서도 연구한다. 굳이 커피매장이 즐비해야 한다면 이런 매장들로 채워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많은 사람들이 완전 식품에 가까운 이 커피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매일 같이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찍은 사진이나 쓴 글의 수준때문에 이 매장을 소개하는 일에 망설여지기도 한다. 혹여나 새로 생긴 가게에 해가 될까봐 리뷰를 하는 일이 부담스럽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찾아간다면 반드시 좋은 느낌을 얻을만한 매장이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는 것 같다.


결국 주인공은 내 글이 아니라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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