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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밍 Jun 27. 2022

내가 왜 이러지?, 퇴사 후 9주 차

#매주 일요일, 불안장애 환자의 1주간 일기

 퇴사를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여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숨어 지냈으나 지금은 그런 불안함도 사라져 가고 사람도 만나고 지내고 있다. 그리고 불안이라는 녀석을 대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난 8주 차에는 미친 듯이 이력서를 써 내려갔고 이번 9주 차에는 미친 듯이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너무 많은 이력서 탓에 너무 많은 면접을 보면서도 나는 늘 즐거웠고 기뻤다. 심지어 지치지도 않는다. 분명 지칠만도 한데말이다. 특히나 아내는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야?' 라며 걱정을 했지만 무언가 홀린 듯 힘들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러지?' 


 2주 전만 했어도 늘 우울했고 아내에게 힘들다고 말했을 뿐만 아니라 아기처럼 부모님께 매일 전화로 힘들다고 투덜거렸던 나였는데 말이다. 지금은 면접을 보면서도 아직까지 나를 찾는 회사가 많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기에 자신감이 조금 더 생기게 되었다. 또한 무엇을 하더라도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퇴사 후 9주 차 나는 무엇을 했을까? 상황에 대한 변화가 없을뿐더러 나에게 무언가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러나 단지 나의 감정, 정신적 건강이 무척 좋아졌다. 무슨 이유였을까? 단지 내가 하는 것은 단 하나, 운동이다. 지금도 불안이 나타날 것 같으면 아무 생각 없이 운동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힘들어서 아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의 근력운동을 한다. 그렇게 운동을 1시간 하고 나면 나도 모르게 불안과 우울은 없어질뿐더러 자신감도 듬뿍 생기게 된다. 

뉴스 기사에는 우울증의 경우 운동을 하면 80% 이상 낫는다고 한다. 

 사실 내가 운동을 하기까지의 시간은 굉장히 오래 걸렸다. 어떠한 뉴스도 블로그를 읽어보아도 나에게 그 말들은 다가오지 않았다. 운동을 한다고 우울증이 낫는다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자체가 너무 무기력했고 운동할 힘조차 없었다. 매일 반복되는 생각에 힘들 뿐이었다. 아내, 형, 의사, 친구 등 모든 사람이 운동을 하라고 권유했지만 나의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더 이상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나에게는 귀여운 아내와 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동을 한번, 두 번해서는 무언가 나의 정신건강이 바뀌지는 않는다. 어떤 일을 하든 간에 한두 번 만에 좋아진다면 다들 그 일을 하겠지만 그런 일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떠한 일이라도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작은 보람도 느낄뿐더러 잘할 수 있게 되고 좋아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실제로 운동을 하는 것은 항우울제를 먹는 효과보다 좋다는 과학 보고서가 있다고 한다. 나는 이제 믿는다. 


'우울증 치료제 = 운동' 


 불안과 우울에 휩싸여 있는 모든 아픈 이에게 정말 힘들겠지만 꼭 한번 힘을 내어 운동을 해보기를 권한다. 

정말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지금은 잘 살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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