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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zel Jun 03. 2024

미국에서 출산 예약 시간 잡기 쉽지 않네요

(2) 미국 사는 딸의 출산 이야기

오늘은 딸의 출산예정일이다. 출산예정일을 되도록 넘기지 않는 게 좋다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출산예정일인 오늘 오후 1시에 유도분만이 예약되어 있다. 딸과 사위, 딸의 산후조리를 해주기 위해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우리 부부 모두 기대와 긴장으로 초조하게 병원 갈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아이를 낳았던 80년대에 지금처럼 의술이 발전되지 않아 아기가 일찍 나오면 일찍 나오는 대로 늦게 나오면 늦게 나오는 대로 출산예정일에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 같다.


 아이는 미국 유학 중에 낳았다. 예정일보다 며칠 앞서 이슬이 보여 출산이 시작되는 줄 알고 놀라 병원에 갔다. 아직 때가 안 되었다며 진통이 오면 그때 다시 오라고 했다. 약간 민망하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해서 간간이 오는 통증을 참으며 동네 태그세일(tag sale)을 돌아다녔다. 햇빛 좋은 주말에 집집마다 안 쓰는 물건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태그세일 구경 다니는 걸 난 유난히도 좋아했다.  앞마당에 펼쳐놓은 물건들 통해 미국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고 가끔씩 마음에 드는 물건을 싼 가격에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 햇살이 눈부신 토요일 오후, 태그세일을 돌다가 도저히 통증을 참을 수 없어 병원으로 질주했다. 출산예정일 며칠을 앞둔 토요일 밤에 지금 출산을 기다리고 있는 첫째 딸이 태어났다.


첫째 딸이 태어난 지 4년 뒤, 나는 논문을  끝내지 못한 상태였지만 남편은 학위를 마치고 직장까지 정해져 일단 세 식구 모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4개월 후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 출산예정일보다 며칠 늦게 갑자기 양수가 터져 병원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늦게 태어나서인지 4kg가 훌쩍 넘었다. 의사는 초등학생이 태어났다고 했다.




딸아이는 예약을 잡은 오후 1시에 가도 되는지 알아보 위해 두 시간 전인 오전 11시병원으로 전화했다. 예약 시간에 유도분만을 시작한는 줄 알았는데, 병원에 먼저 전화를 걸어 자리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출산할 곳은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첫째 손녀도 태어난 인근 대학 병원이다.


예약했던 오후 1시에는 자리가 없다며 오후 5시에 다시 전화 달라고 했다. 혹시 몰라 오후 3시에 전화하니 저녁 8시에 전화하라고 했다. 자리 는 시간이 점점 늦춰지고 있다. 고무줄 늘이듯이 시간을 늘릴 거면 예약 시간은 왜 정한 거지? 유도분만보다는 진통이 심한 다급한 산모를 아무래도 먼저 돌봐야 하기 때문에 늦어지는 것 같다고 딸은 말했다. 첫째 낳을 때도 그랬다며 딸은 느긋하다. 저녁을 먹다가 병원에 전화하니 바로 오라고 해서 딸은 흥분된 목소리로 30분 안에 갈 수 있다며 전화를 끊었다. 여러 번의 전화 시도 끝에 원래 예약 시간인 오후 1시보다 6시간이나 늦은 저녁 7시에 병원에 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것이다. 딸과 사위는 먹고 있저녁식사를 급히 끝내고 엄마 아빠랑 떨어지지 않으려고 우는 세 살배기 손녀를 내가 안고 달래는 동안 손을 흔들며 병원으로 떠났다.


딸은 병원에 2박 3일 머문다. 입원 당일 출산을 하면 출산 후 2박을 하지만, 입원 다음날 출산을 하게 되면 1박만 하고 출산 다음 날 집에 오게 된다. 미국에도 산모가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산후조리원이 있으면 좋으련만. “산후조리원에서 쉴 수 있으면 네가 편할 텐데”라고 딸에게 하자, 딸은 조리원이 인근 있어도 가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왜?" 내가 물었다.


딸이 아이를 낳을 때는 코로나가 기승을 떨치는 시기여서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해외여행이 금지되어 우리는 한국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집안에 갇혀 경험이 전혀 없는 초보 아빠, 엄마 둘이 처음부터 하나씩 둘씩 배워가며 갓난아이를 돌본 시간들이 지나고 보니 너무 애틋하고 소중했다고 딸은 말한다.


둘째 아기도 첫 탄생부터 모든 순간순간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귀한 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제는 첫째 경험까지 있어  때는 더 잘할 수 있다고 했다. 딸은 6개월 출산 휴가를 얻었고, 딸과 같은 직장에 다니는 사위는 두 달 반 출산 휴가를 얻었다. 딸 휴가가 끝나면 바로 이어 사위가 또  달간 육아 휴가를 얻는다. 덕분에 딸이 마음 편하게 근무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요즘 한국에서는 출산 후 당연히 산후조리원에 가는 추세라 미국에서 그런 편리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딸이 안쓰러웠지만 딸과 사위가 상황에 맞게 씩씩하게 대처하고 있어 든든하다. 그리고 딸과 사위가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출산, 육아 휴가를 융통성 있게 지원하는 회사고맙다.



사진 출처: Freepick


(202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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