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노스캐롤라이나 주에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J의 꿈은 외교관이다.외교관이었던 이모할머니처럼 J도 외교관이 되어 미국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한다. J가 대학원에서 공공 행정학을 전공하는 것도 외교관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한국어 공부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한국어는K-팝과 K-드라마가 좋아 시작했지만이제는 외교관이 되어 한국에서 근무하고 싶어 더 열심히 공부한다.
J는 외무고시를 내년 6월에 볼 예정이다. 앞으로 6개월 동안은 고시 준비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두꺼운 책 두 권을내게보여주었다. 책 표지에는 굵은 활자로 FSOT(Foreign Service Officer Test, 외교관 시험)라고 쓰여 있다. 미국에서는 '외교관'(diplomat)보다는 '외무공무원'(foreign service officer)이란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한다.
외무고시는 사지선다형과논술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부할 게 많다. 학교 다니는 내내 공부는 잘하는 편이어서 고시 공부가어렵긴해도도전할 만하다고 한다. 사지선다형은직업에 대한 지식, 영어 표현, 상황 판단에 관해 묻는다. 논술형은 주어진 세 개 질문중 한 개를 골라 답하는데,관습과 문화, 경제와 재정, 교육,고용 문제, 역사, 국제 관계, 종교, 사회 문제 등에 관한 거라며 줄줄이 읊어댄다.공부해야 할 과목을 듣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무거워진다. 시험이 어려워첫 시험에서 합격을 기대하지않는다며,5년이란 기간을 정해놓고 그때까지는 계속 시험에 도전할 거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첫 시험에 합격하는 건어렵다고 말해 주었다. 고시생을 떠올리면 하루종일비좁은고시원책상에 앉아 책과 씨름하는 모습이다. 요즘 보고 있는 주말연속극 「효심이네 각자도생」에서도 주인공 효심(유이 분)의 둘째 오빠가 고시촌방에서 공부만 하고 있는데시험은번번이 떨어진다. 다른 일은 다 잊고 시험준비에만 매진해도 붙기 어렵다는고시를 일상생활을 다 하면서시험에 붙을 수 있을까?
J는 현재대학병원에서행정업무를맡고 있다. 부캐로가끔씩세계 도처에 있는 학생들에게영어를온라인으로가르친다. 대학원과제도 많아 마감일을 맞추느라 늘 바쁘다. 한국어 공부까지 하면서 싱글맘으로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J는 매일 눈코 뜰 새가 없다.시험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내년 6월 외무고시를끝낸 후,절친두명과함께여름휴가를 이용하여대만과한국에 열흘씩 여행할거라고했다. 여행하는 동안 두 아이는 전 남편이 돌본다. 두 친구보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더 잘 아는 J가 주도적으로 여행 계획을 짰다. 대만을 먼저 여행한 후, 제주도에 도착해 부산, 대구를 거쳐 서울로 오는 여정이다. 일정은 시간 단위로 세세하게 짰다고 했다. 한국에서 묵을에어비앤비도이미 경복궁 근처에잡아놨다. J는 한국의 까다로운 분리수거를 잘 알고 있다. 숙소설명서를읽어보니분리수거를잘 마무리하고 나가야 한다고 해서벌써부터걱정된다고했다. 외교관이 되면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전문가가 되고 싶어 J는휴가 때마다 꾸준히 아시아 여행을 하고 있다.
이웃에 살면서 항상 바쁜 J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친정엄마는 딸 덕에 언제 한국 여행을 할 수 있냐며 자꾸 보채셔서 이모할머니가 성취한 외교관 꿈을 자신도 꼭 이루고 싶다고 한다. 열정적으로 분, 초까지 다퉈가며 살고 있는 J가 꼭꿈을이루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