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받아들이는 연습
"안녕하세요. 00학번 000입니다.
저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에요."
대학교 1학년 전공수업에서 자기소개 때 내가 한 말이다. 학번과 이름을 말하기 무섭게 나의 약점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무슨 생각으로 처음 보는 동기들과 선배들 앞에서 이런 말을 내뱉었는지 모르겠으나 스스로 부족하다 여기고 있는 건 확실했다.
아마 전공수업의 주제와 연관이 있었을 거다. 자기소개에서 자신의 장단점을 말한 후에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한 팀이 되어 한 학기 동안 그걸 변화시킬 수 있는 활동을 하는 프로젝트였다.
아무리 관련이 되어있다 하더라도 나의 깊은 치부를 드러낸 것 같아 매우 창피했다. 뱉어놓고 보니 벌거벗은 느낌이 들면서 숨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가벼운 것들을 말하는데 나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온 것 같았다. 또 나만 진지하고 또 나만 생각이 많구나 생각했다. 같은 수업을 듣는 대학 사람들과 마주칠 때마다 나를 보고 '어, 쟤 자존감 낮은 애다.'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도망가고 싶었다.
우연히 같은 해 영어 교양수업에서 나를 소개하는 시간이 한번 더 있었다. 1:1 스피킹 테스트여서 편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시험을 준비하면서 자존감이 낮은 이유를 발견했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나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기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때가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나를 이해할 수 있었던 때이다.
그 뒤로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며 인정하려 애썼다. 생각하고 기록하고 생각했다.
Connecting the dots.
하나의 점처럼 보일 지라도 모든 점은 연결되어 있다.
돌이켜보니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몸소 깨달았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 상처에 관한 것들이다.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애꿎은 잣대를 들이대며 아프게 만들었던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한다.
완벽주의, 외모 강박증, 바디 프로필 부작용, 다이어트 강박증, 우울증 등 어쩌면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이야기로 인해 혼자서 힘들어하고 있을 또 다른 이에게 위로와 용기를 건네고 싶다.
이 모든 것은 스스로에 대한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게 될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