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끝은 추락이라 해도 기꺼이 당신과 함께할래요 - 7번째 넘버 <Tangled In Love> 中
우연에 우연이 겹친 하루였다. 평소 같으면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오늘 월차를 썼다. 마침 소울메이트 공연과 겹쳤다. 아침에 일어나서 공연 D-day 인스타 게시물을 봤다. 갑자기 친한 친구랑 같이 보러 가고 싶어져 연락했지만, 내일이 자소서 마감일이라고 다음을 기약했다. 아마도 무대미술 팀이 입을 옷보다 더 어두운 상하의가 보여 그걸 입고 나왔다. 예보에는 분명 비가 안 온다고 했는데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누군가 하나하나 글씨를 쓰고 공연 직전에 바삐 돌아다니며 붙였을 좌석 번호 테이프 중 A20번을 찾아 앉았다. 학교 자체도 너무 오랜만에 오는 것이었지만, 12기 배우였을 때 뮤지컬 동아리 활동을 어떻게 했는지도 까마득했다. 첫 무대가 무려 10년 전이었다. 그때의 대본도, 넘버도, 사람도 너무 띄엄띄엄 기억에 남아 있었다. 공연을 매번 보러 오려고 했지만, 시간이 안 되어 아쉽게 넘어간 공연도 점점 많아졌다.
포스터와 등장인물의 옷만 보고 스릴러나 누아르 장르일 줄 알았는데, 인물 개인과 사회와의 갈등으로 극이 흘러가고 있었다. 뒷골목에 자리한 허름한 재즈바 <베니스>의 여가수 크리스탈은 언젠가는 성공하고 싶은 꿈이 있으나, 아무리 일해도 센트럴파크를 거니는 부자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절망한다. 같이 일하던 바텐더 제인은 그런 크리스탈과 친해지지만, 크리스탈이 현실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마약에 손을 대자 같이 <베니스>를 탈출해서 서부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한편, 보이지 않는 증거를 찾아 헤매는 형사 하워드와 진실을 찾고 싶어 하는 기자 테오도르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나이가 서른이 된 올해 유독 행복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고등학생, 대학생 때의 삶이 그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지나고 보니 틀리지 않은 것을 넘어서서 격하게 공감이 간다. 이제 이 모든 행복이 끝났고 일하면서 스트레스받을 날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즐겁지 않았다. 더불어 일도 올 상반기에 정말 힘들었고, 상황이 종료되니 불이 다 타고 남긴 잿더미가 되어버린 허망한 느낌이었다. 내 커리어는 슬럼프 하나 없이 탄탄대로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보기 좋게 틀려먹었고, 이 일을 평생은 못 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Misty>를 보고 집에 돌아와서 많이 울었다. 대학생이 만든 극은 행복함으로 가득 차 있을 줄 알았는데, 등장인물 모두가 고민거리 한가득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스물여섯에 전역했지만, 취직도 안 되고 코로나가 활개를 치면서 모든 게 얼어붙었던 시절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반면 지금은 수업 구상(이것도 연극 연출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지만)하고 자료 만드는 시간은 고통스럽지만, 아이들과 만나며 고민을 들어주고 수업 내용을 전달하며 아이들을 웃기는 시간은 행복하다.
마지막에 팀원 전원이 돌아가면서 인사하고 나서 외쳤던 구호는 “좋아서 하는 개고생!”(이 구호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게 신기했다)이었다. 그래, 나도 새내기 때 개고생했지만 좋았던 기억을 품고 살아가듯, 나와 공연을 함께 했던 솔메 팀원들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고, 또한 지금 32기(!) 후배들도 이 기억을 마음 한편에 품고 살아갈 것이라 믿으며, 내일 하루도 힘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