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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률 Apr 21. 2023

비혼, 딩크가 트렌드라는데 왜 나는 아기가 갖고 싶지?

"아기 가질 거야?" 부장님이 물어보면 괜히 불편하지만 친구들끼리는 꼭 한 번은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되는 질문. 결혼을 했거나 할 예정인 친구들끼리는 만날 때마다 팀플 과제인 것 마냥 토론을 한다. 토론의 결론은 낳는 것도 문제고 키우는 것도 문제여서 답이 없다는 걸로 끝난다.


나라고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낳고 싶다. 음… 낳고 싶다기 보단 갖고 싶다 아기가. 임신은 무섭고 출산은 더 무섭고, 신생아 케어부터 사춘기 십 대까지 엄두도 안 나지만 그래도 갖고 싶다.


아기를 원래 좋아하는 건 아니었고 오히려 어려워하던 쪽이었다. 그랬는데 결혼을 앞두면서 아기가 예뻐 보이고 갖고 싶은 걸 보니 아마 번식하라는 자연의 법칙에 내 호르몬이 본능적으로 반응한 것 같다. 인생의 큰 결정을 호르몬 때문에 내리려고 하다니 자존심이 상하고 어이가 조금 없다.


내 사회적 이미지를 위해 대외적으로 "자연의 법칙에 따라 번식하려고 아기 낳을 겁니다"라고 말하긴 싫으니 다른 이유를 고민해 봤다. 아직 내가 깨닫지 못했을 뿐, 내 내면에 뭔가 좀 더 고차원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하룻밤 고민해 보니 남들이 말하는 아기를 낳아야만 느껴볼 수 있는 행복을 나도 느껴보고 싶었다. 나는 할까 말까 고민될 땐 일단 시도해 보는 쪽이어서, 아기를 낳는 문제도 그렇게 접근한 것 같았다. 미디어를 통해 접한 부모들은 아기 때문에 힘든 것보단 아기 덕분에 느끼는 기쁨이 훨씬 크다고 한다. 그 감정은 낳은 사람만 알 수 있다고 하니까, 그럼 나도 낳아서 그 경험을 해 봐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나 보다.


그런데 지금은 결혼을 반년 정도 앞두고 있고 출산과 육아가 정말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시점이다 보니 그렇게 막연하게만 생각하면 안 된다. 곧 코 앞에 닥칠 일이 되고 나니까 그 형언할 수 없다는 행복을 내 건강과 경제력을 희생하면서까지 꼭 경험해야 하는 것인지 갑자기 확신이 들진 않았다. 아기가 없어서 더 행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아기를 가져야 하는 게 맞나? 굳이? 허허. 아기를 안 낳을 거라면, 결혼은 해야 하는 건가? 굳이? 허허허. 결혼 하긴 할 건데. 나 내 남자친구 좋은데. 아기도 갖고 싶은 거 맞는데. 그런데 왜 갖고 싶은 걸까. 지금 내리는 이 모든 결정이 맞는 걸까…! 


남자친구는 "생각 그만하고 잠들기"에 능하고 이유나 논리를 따지는 사람이 아닌 반면 나는 자려고 누우면 온갖 생각이 광고 없는 라디오처럼 줄줄 이어지고, 생각을 그만하려고 자려고 할 때면 "생각을 그만한다"는 것에 관한 새로운 생각들이 이어져서 바로 잠들기가 힘든 사람이다. 그리고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남들은 다 엉터리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필요한 사람이다.


혼란스러워서 고민을 일시정지시켰지만, 혼란스럽기 때문에 더더욱 답을 찾아야 했다. 퇴사 후엔 재입사를 하면 되고 결혼 후엔 이혼이라도 가능하지만 (남자친구야, 하겠다는 말이 아니다) 2세는 "ctrl+z"가 절대 불가능한 영역이지 않은가! 게다가 아기를 가질 게 아니라면 결혼을 굳이 해야 할까라는 의문까지 들어버려서  아기를 갖고 싶다는 내 마음이 진심인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스스로 알아내는 게 "스드메"보다 먼저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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