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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Apr 08. 2023

힘들면 잠깐 쉬어가도 괜찮다.



 부산에는 오르막길이 참 많다. 반대로 뒤를 돌아본다면 내리막길도 많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내리막길은 오르막길을 올라야 만날 수 있는 길이다. 그렇기에 부산에는 평지에서의 땅값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어려서부터 가정형편이 그렇게 좋았던 적이 없다 보니 거제도에서 잠시 지낼 때를 제외하곤 대부분 오르막길을 올라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오르막길이 있다 보니, 집으로 가는 길 자체가 운동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부산에서 학교에 등교하는 것이란 등산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 결과 학생들과 부산사람들이 건강이 좋아졌다? 그런 건 결코 아니다. 그 결과 산복도로 온갖 길을 다 다니는 작은 마을버스가 활성화가 될 뿐이다.




부산 중구 보수동 주변의 한 계단.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저렇게 미치도록 높은 계단을 올라가야 집을 갈 수 있다니. 진짜 미치겠다. 언제 올라가냐.

 언제나 오르던 길이지만, 늘 높은 계단과 벽을 보면 좌절부터하게 된다.

 계단이든 뭐든 높은 곳을 오르고 나서는 그래도 성취감이 들지 모르지만, 뭐든지 목표까지 다다르기가 힘들다는 것을 직감을 한다면 먼저 좌절부터 하기 십상이다.

 나는 빨리 이런 힘든 계단을 빨리 올라서 떨쳐내고 싶어 200여 개나 되는 계단 또한 한 번에 오르려고 위만 바라보며 계단을 올랐다. 

 그게 얼마나 힘든지 다 오르고 나면 숨을 고르기 위해 마스크부터 벗어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든 생각은 왜 내가 이렇게 미련한 짓을 하나 싶었던 것.

 힘들면 중간에서 잠시 쉬었다가 오르는 것도 괜찮을 텐데, 뭐 하러 쉬지 않고 허벅지를 쥐어짜며 빨리 오르려고 했을까. 하는 그런 마음이었다. 뭐든지 빨리빨리 한국인의 특징 때문인 걸까?



 잠시 감성적이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잠깐 늦는다고 해서 결코 도달하지 않는 것도 아닐 것이다.

 계단이 삶이라고 비유를 한다면, 우리는 언제나 계단을 오르다가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잠시 쉬어가야 좀 더 앞으로 좀 더 위로 나아갈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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