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습관을 들였던 방법.
어릴 적의 나의 아버지는 내가 만화책방이나 공공도서관에 들락날락하는 걸 좋아했다.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화나 판타지소설을 읽기 위해 가는 것임에도.
아버지는 그런 바람이었다.
"뭐든 좋으니, 네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한 지 6개월이 될 무렵. 하나의 영상을 보게 되었다.
남자의 경우엔 헬스장을 다니면 가슴과 어깨 등을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하체를 운동하는 것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가 없다고 하기도 하며, 상체를 한 뒤 하체를 시작한다는 게 의욕이 나지도 않기도 하며, 무엇보다 힘들다.
그런 사람들에게 "하체 운동하기 싫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답을 주었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다른 답변이었다. 그는 이어 말했다.
"어찌 되었든 운동은 하면 좋은 거예요. 운동하면 몸도 좋아지고 활력도 생기며, 자기 몸을 만드는 기분도 들죠. 근데 하체 운동을 하기 싫다? 그러면 하지 마세요. 중요한 건 운동을 계속 한다는 거에요! 자신을 건강하게 하는 운동을 하는 것에 계속 재미를 느끼는 겁니다. 좋아하는 것, 즐기는 것, 행복해하던 것에 지겨움을 느끼고 싫음을 느끼면 그것만큼 최악이 없죠."
정말 훌륭한 답변이라고 생각했다.
최악은 좋아하고 행복함에서 느끼던 즐거움과 재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말이다.
중요한 건 좋아하고 즐겁고 행복함을 느끼는 것을 싫어하지 않도록,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어릴 적엔 만화책과 소설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나를 막지 않았다. 그 당시에 일본 만화는 정신에 해롭다고도 하며, 아무런 뜻도 의미도 없는 양산형 판타지 소설은 시간낭비라고 하던 때였지만, 아버지는 내가 '책을 읽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만화책이든 소설책이든 잡지든, 책을 읽어. 그런 습관을 들인다는 것 자체가 성인이 되었을 때 큰 도움이 될 거야."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는 반대가 컸다. 어머니는 그럴 시간에 차라리 피아노를 배우던가 미술을 배우던가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될만한 것을 '시키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 말에 아버지는 단 한마디만 했다고 한다.
"애가 그걸 하는 게 좋아한다면 나도 '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해. 어디까지나 '계속하고 싶다'면 말이야.
나는 결국 어머니의 의견에 따라 피아노를 배우기도 했으며 미술을 배우기도 했고 태권도도 배웠다. 하지만 나는 피아노에 흥미가 없어 교습시간에 피아노의 긴 의자에 누워서 잤으며, 미술시간엔 그냥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는 것뿐이었으며, 태권도는 뭘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결국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안 어머니는 계속 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마냥 그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건 아니다. 피아노를 배웠던 적이 있기 때문인지 피아노 소리의 아름다움을 보다 이해할 수 있었다. 미술에는 깊이가 깊은 건 너무나도 깊어 이해할 수 없지만, 미술 시간에 배웠던 '섬세함'은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만화책 소설책을 많이 읽었지만, 지금도 마냥 아주 즐기진 않았다. 다만 책을 읽는 습관이 있었기 때문인지 책을 읽으며 무언가를 얻으려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다.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픈 또는 작가가 전하려는 그리고 작가가 알려주려고 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책을 읽는 것 자체가 새로운 지식을 얻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 아니, 도서관에 찾아가 책들을 빌려 읽는 것은 타인의 지식을 훔치는 것과 다름없다는, 예전의 도서관을 자주 찾아오라는 도서관의 글귀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책을 읽는 습관뿐만이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습관으로 들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게 싫어지고 귀찮아지는 건 생각보다 아주 쉬운 일이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손님에게 요리를 팔기 위한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소설을 쓰는 과정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 지쳐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좋아하는 것에 프로페셔널이 더해지면 단순히 '좋아함'으로만 남길 수 없기에 싫어지고 힘들어지는 과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요한 건 계속 좋아하는 걸 좋아하게 남는 것.
그것에 우리는 좋아한다는 순수함에 또 다른 무언가를 넣었기에 지쳐가는 과정을 남기곤 한다.
우리는 그런 것에 좀 더 순수하게, 좀 더 가볍게, 그리고 왜 좋아했는지 왜 시작했는지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저 바쁜 일상에 그러지 못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