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다시 보고 싶어진 시리즈가 있었다. 넷플릭스에서 한때 크게 인기를 누렸던 DP
부조리한 현실에서 군대로 도피하듯 입대했지만 군대 또한 그 어느 시궁창보다도 부조리가 가득한 곳임을 보여주는 드라마 시리즈다.
이 드라마 시리즈가 보고 싶은 이유는 그저 단 하나의 이유였다.
주인공의 권투 액션과 한호열이라는 유쾌한 캐릭터가 보고 싶었을 뿐.
후임이 곤란할 때 뒤에서 혼내는 척 혼자서 쑈를 하기도 하며, 후임의 가족 앞에서 자기야 라고 부르며 능글맞게 굴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하며, 이거 잘못되면 너도 나도 옷 벗는 거라고 경고하는 상관에게도, 같이 옷 벗고 전역하자는 현역병의 겁모르고 유쾌한 애드립.
마냥 세상을 즐겁게 사는 것만큼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형의 인물, 한호열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극 중에선 누구보다도 생각이 많고 생각을 많이 하고 행동하고, 이미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고 가장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한호열은 극후반즘에 다다르고 나서는 이런 대사를 한다.
그때,
제대하면 뭐 하고 싶냐고 물어봤잖아?
사실 나 잘 모르겠어. 내가 뭐 하고 싶은지.
누구는,
죽도록 하고 싶은 거 하다가 죽기도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어. 나 뭐 하고 싶은지...
DP는 탈영병은 잡는 임무를 가진 군인이다. 5년 이상을 탈영해서 잡히지 않고 꿈에 대해, 오직 그 꿈에 대해 도전하고 나아가는 그 사람을, 결국 DP 자신의 손으로 잡아 군법으로 죄를 묻고 그 어두운 곳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에 마치 자신들이 그 사람의 꿈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에 반면 그런 열정에 자신들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꿈들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되묻고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아마 그건 누구나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쩌면 그런 고민은 당연히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꿈을 가지고 노력하고 그것만을 바라보고 뛰어가는 녀석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말할 수 있을 뿐. 나도 명확한 답을 내진 못한다.
다만 그런 고민을 하는 후배들은 많이 만났다.
스무 살을 중후반으로 접어들고, 어쩌면 결혼에 대해서 생각해야 할 나이이기도 하며 많은 것을 준비하고 도전하는 것에도 걱정을 하는 친구들이 많을 시기다. 그때 즈음이면 "내가 하는 이게 계속해도 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으로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생각보다 매우 많았다.
선배는 왜 이렇게 요리를 하는 걸 계속하기로 했어요?
나의 시작은 그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였다. 하지만 그게 결코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할 때가 가장 즐거운지를 생각하고 해보기도 했지만 그것도 하고 싶은 것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누군가는 사람의 인생은 수십 번의 평범함과 힘듦 속에 한두 번의 행복으로 삶이란 것을 느낀다고 했던가.
나는 내가 하는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그에 행복을 느끼고 그에 즐거움을 느끼고 그러다 보니 힘들어도 다시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고 즐거움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단 무엇이든 해보세요!라는 말을 싫어한다.
우리는 성장기의 아이들이 아니다.
무엇에 재능을 찾는 작은 아이들이 아니다.
시간과 많은 것에 좇기고 있는 어른이자 어른이 되어가는 사람이기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더 빠르고 확실하게,
나는 나에 대해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잘하고 어떤 것에 즐거워하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만큼,
나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다.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 방법 중 최고이지 않을까.
10시간 11시간 넘게 뜨거운 불 앞에 있다 보면 얼굴에는 땀과 개기름이 섞여 번들번들하고 금방 체력도 바닥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해서도 요리를 하는 게 좋다.
그야.
맛있는 것을 타인에게 먹이는 것만큼 행복한 것도 몇 없었으니.
그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