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마음은
한참 편식이 심했던 나는 고기를 먹게 된 후로
조금만 고기를 먹어도 한동안은 먹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어요. 그러다 가끔 삼겹살이 몹시 당길 때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면 언니는 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네 몸에서 필요한 거야. 먹어”
간호사라서 그럴까요?
언니의 말은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언젠가부터 확장해서 하는 생각입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당신은 나입니다.
당신이 나에게 미소 짓고 있다면 나는 지금 미소가 필요한 것입니다. 나에게 화를 내고 있다면 화를 통해 배울 것이 있는 것이죠. 세상의 모두가 연결되어 있고 그 속에 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적 인간에 대해 많이 부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인간은 연약한데다 툭하면 자기 합리화를 일삼고 의리라곤 없는 것 같았어요. ‘사랑’도 회의적이고요. 같은 종인 타인을 죽이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 걸 보면 인간이 과연 얼마나 큰 가치를 가졌는지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인간과 대화하는 것이 싫었어요. 다들 제 잘난 맛에 살고 남은 깔아뭉개도 아랑곳 않는 인간들 천지였으니까요. 게다가 겉으로는 그럴싸한 인간의 탈을 쓰고 다른 인간을 교묘하게 조종하려는 인간은 더욱더 경멸했습니다. 저에게 인간은 ‘피로’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왔던 내가 인간을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인간은 어떨 때 인간다울까?
인간이 인간과 적절하게 어우러지려면 어떤 성격적인 요소를 장착해야 하는가?
요즘 다행인 것은 ‘인간과 어울리기’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화를 좋아하고요. 나와 다른 세상을 만나는 것에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보고 있다 보니 ‘인간’에 대해 ‘관계 맺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저런 인간은 나의 모습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가늠이 되지 않을 때 관계를 회피하거나 끊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아직 배우고 스스로를 위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는 단계 같아요. 물론 방법을 찾은 것도 적잖이 있습니다만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내가 만나는 나는 요즘 참 변화무쌍합니다.
나를 치켜세워주는 나.
나를 물끄러미 의심하는 나.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나.
물론 네 번째가 제일 좋아요. 그래도 이런 나만 만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나를 만나는 것도 이유가 있어서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서울 식물원을 걸었습니다.
곧 봄이 오고 또 세상은 달라지겠지요.
어제의 나에게 가장 큰 가치가 오늘의 나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기도 합니다.
참 세상과 나는 신기합니다.
#고선영의생각 #네마음에서필요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