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통해 나를 본다 그 후
오늘 엄마를 병원에 데려다줬다.
엄마를 차에 태울 때 엄마는 다른 곳에 와서 서 있었다.
차를 세우기 어려운 곳에 말이다. 나도 운전 안 할 때는 그런 실수를 많이 했다.
엄마를 차에 태우면서 한 마디를 했다.
그런 곳에 있으면 차를 잠깐이라도 세우기 어렵다고 말이다. 예전 같으면 화가 났을 텐데 이제는 부드럽게 말할 수 있다.
엄마랑 같이 가는 길에 엄마가 말했다.
왜 그 이야기가 나온 지는 모르겠다.
“아빠 퇴직할 때 월급이 딱 160만 원이었어.
그 마지막 달에 딱 한 번 오른 거야.
120만 원이었는데...”
나는 그 말을 듣고 기가 탁 막혔다.
이 십여 년이 지났다 해도...
우리 식구는 늘 8명이었는데 그 8명이 120만 원으로 어떻게 살았을까.
엄마의 고생과 고충이 느껴져서 목이 메어왔다.
“나는 천 원 한 장도 진짜 열심히 아껴야 했어.”
난 엄마가 자신한테 천 원 한 장 안 쓰는 걸 비난했지만 엄마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다.
나는 정말 상상도 못 하겠다.
120만 원으로 여덟 식구를 먹여 살려야 했던 우리 엄마의 고단한 삶을.
365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천둥이 치나 우유배달,
신문배달.
눈물이 나오지 않고 마음에 수분이 모두 날아간 기분.
엄마랑 이야기하면 이게 문제다.
우리 엄마가 너무 불쌍해진다.
그러나 나는 마음먹었다.
우리 엄마는 불쌍한 게 아니다.
위대한 거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위인이 여기 있구나.’
오늘 나는 술을 먹어야겠다.
술이 먹고 싶다.
고단했던 우리 엄마가 노년에 5층짜리 건물도 있고, 서예도 쓰면서 말이다.
그렇게 저물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
엄마를 통해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