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eta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iden Mar 09. 2024

잊히지 않는 경험


  고등학생 때부터 갖고 있었던 세상에 대한 의문은 자연스레 보이는 것 이면에서 작동하는 '무언가'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호명 이론, 세계체계 등과 같은 이데올로기, 사상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혼자 이런저런 사상들을 공부하다 보니 세계 금융 자본의 핵심인 유태 자본과 자본주의 부흥의 대명사인 로스차일드 가문과, 록펠러 등을 접하게 되었다.


  지금은 다 지워버리고 없지만, 그때 새로이 알게 된 것들을 블로그와 카페에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300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규모로 커졌다. 당시 회원 중엔 한국인뿐만 아니라 이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도 많진 않았지만 일부 있었으며 그들을 통해 현재는 절판된 원서들을 접하기도 했다. 그때가 고2 때였다.


  진실과 거짓은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할 때가 있다. 그리고 진실과 거짓 사이엔 진실의 눈을 교묘하게 가리는 음모론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음모론에 심취했고, 음모론자들이 대거 유입이 되었다. 디씨인사이드 미스터리 갤러리에서도 여러 번 거론되며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진실이 무엇인지, 거짓이 무엇인지를 분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카페를 폐쇄했다. 당시에 이상한 협박 쪽지도 받았었는데 한낱 열여덟 고등학생이 감당하기엔 가벼운 사이즈가 아니었다.


  그때 접했던 지식들과 사상들, 그리고 이후 경험한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의 혼란은 단언컨대 아마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남은 인생에서도 가장 강렬하면서도 잊을 수 없는 교훈일 것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유를 습관적으로 추구하게 된 것도 그때의 경험 때문이었다. 그때 알게 된 것들은 마치 하부구조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토대가 되었고, 이 토대를 바탕으로 깊이 사유하다 보면 가끔 묘한 깨달음을 얻기도 하는데 이후에 철학자 혹은 사상가의 책을 읽다가 그 깨달음을 마주할 때면 진리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느끼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때론 세상 모든 것들이 이질적이게 느껴지기도 한다. 종이 쪼가리에 부여된 돈이라는 가치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과 세상, 가족을 위해 온 힘을 다해 회사라는 조직과 가정이라는 공동체에 헌신하는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역할, 의사와 환자 간의 권력관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개념적으로 규정이 가능하며 그 이면에는 결국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이념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사실이 불쑥 수면 위로 떠오를 때면 모든 것이 낯설게 다가온다.


  거대한 체스판 위의 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헛된 꿈은 이상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나와 저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고 세상을 작동시키는 원리에 대해선 명확히 자각하고 싶다. 굉장히 불쾌한 감각이고 차라리 눈을 감는 게 더 편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흐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진 않다는 모순적인 생각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주체적인 존재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