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토모 케이브 투어를 가야 하는데 차 시동이 안 걸린다. 투어 시간은 다가오고 언니도 나도 너무 당황. 알고 보니 언니가 라이트를 꺼두지 않아서 배터리가 다 닳았다고. 호텔 직원에 사정을 말했더니 투어 하는 곳까지 차로 데려다주었다. 투어 시작 20분 전 집결하라고 해서 투어 업체에 전화해서 사정을 말해 양해를 구했고 우리는 투어 10분 전 도착. 투어가 끝나고 호텔에 돌아와 유지 보수를 해주는 직원이 본인 차를 이용해서 충전을 해주었다. 결국은 모든 게 해결되었고 실수를 통해 배우게 되었지만 그 당시 우린 정말 등골이 서늘. 운전 외에 모든 걸 담당하는 나는 차에 대해 공부도 하지 않고 온 언니를 나무랐다. 오클랜드에서 언니가 운전을 처음 하는 날도 그랬다. 1년의 시간을 주었고 우리의 세계 여행을 위해 언니는 운전만 연습해오면 된다고 했는데 그동안 언니는 면허를 취득하고 운전연습을 5번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타국에 와서 운전을 하려니 긴장이 얼마나 되었겠고 실수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니 내입장에서는 화가 너무 났다.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자 쫌. 그러다 얼마 안 있어 이번에는 더 커다란 사건이 발생했고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게다가 영어가 안되니 사건 수습은 다 나의 몫. 운전에서 우리 모두가 여유로움을 가질 때까지 우린 서로가 서로한테 서운했다.
답답했던 우리 마음과 다르게 뉴질랜드는 항상 모든 게 여유로워 보였다. 뭐 그렇게 화낼 일이냐고. 뭐 그렇게 서운한 일이냐고 구겨진 나의 얼굴에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5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투어를 위해 와이토모에 왔다. 사진을 절대 찍을 수 없는 투어이다. 찍어주는 직원이 있고 그것을 손님에게 판다. 너무 체력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듯 피곤한 몰골에 사진을 올릴 수가 없다. 꽤 체력을 요구하는 투어이다. 튜빙이 주를 이루는 것이라 해서 만만히 봤는데 알고 보니 그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것이더라. 처음에는 루프 하강부터 시작한다. 꽤 높다. 고소공포증은 없는데 처음 하는 것이라 살짝 겁을 먹었다. 튜빙은 너무 짜릿했는데 너무 금방 끝나버렸어. 그리고 더 깊은 동굴로 들어가기 위해 암벽등반 비슷한 걸 한다. 이게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그 이유는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서였다. 빛 한 자락 없는 곳으로 들어가서 가만히 있으면 가이드가 튜브를 바닥에 내리쳐서 펑펑 큰 소리를 낸다. 그래야 반딧불을 많이 볼 수 있다고. 잠깐의 예쁜 반딧불 라이트 쇼를 감상하는데 황홀해서 그간의 고생이 보상받는 것 같았다. 아... 다시 험한 길을 나가야 된다는 건 미래의 나이므로 그때는 마음껏 즐겼다. 하이라이트는 튜빙을 하면서 반딧불이를 관찰하는 것. 별, 달, 토성, 우주 모양의 형광 스티커를 방에 붙여 전등 끄고 감상했던 꼬꼬마 시절을 회상해본다. 대만족의 돈이 아깝지 않은 투어였다. 물론 다음엔 안 할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