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스스로 Dec 14. 2022

진화

스스로 프로젝트 1탄

아이가 나에게서 분리되는 순간부터, 매일매일 진화하며 자라고 있다. 네발로 기던 아이는 아장아장 두발로 걷게 되었고, 어느새 뛰고 구르며 세상을 두 발로 꽉 디디고 서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이에게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진화는, 말의 영역이다. 엄마와의 말싸움에서 끝까지 이겨먹으려는 언어의 선택 능력이 갈수록 탁월해진다. 게다가 애교까지 겸비하여, 아빠나 엄마는 절대 이 꼬마 싸움꾼에게 말로 이길 수가 없다.

말솜씨가 늘면서 아이의 뇌가 함께 자라나는 것 같다. 머리에 저장되는 정보가 많아지고, 그 정보를 써먹는 방법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식을 마구 자랑한다. 언젠가는 그런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날이 오겠지 하며, 내 앞에서만이라도 잘난 척을 실컷 하도록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들어준다. 아이는 역사와 곤충의 지식을 만족할 때까지 모두 쏟아낸다. 그러고는 다시 자랑하고 싶은 지식을 쌓으러 도서관에 간다.

아이는 어른과 동등한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아이는 매일 어른들을 보고 따라 한다. 어른들이 하는 말투 중에 그럴싸한 말을 기억한다.

상황에 따라 어른이 잘못한 행동을 지적하기도 한다. 원리 원칙을 고수하며 나의 허점을 꼭 집어 물을 때가 있다. 나는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하며, 아이를 설득하려 든다. 하지만, 말로 아이를 이길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언제나 아이는 원칙을 가지고 말하기 때문이다.  특별하고 개별적인 상황 속의 내 행동을 아이에게 설명하려고 할수록, 나의 주장에 스스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아이에게서 가장 큰 변화는, 아이가 내가 만든 그늘에서, 그늘 밖으로 나가 있는 모습이다. 나에게서 점점 멀리 떨어지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된 아이는, 부모가 늙으면 죽는 것을 안다. 아이가 처음에는 많이 슬퍼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의 마음이 단단해 보인다. 부모가 없을 때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나에게서 독립하려는 마음이 엿보인다. 조금 늦게 만난 아이라서, 세상에 혼자가 되어도 우직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아빠 엄마의 마음을, 아이가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아이는 매일 변화하고 있다. 그 아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도 슬프지 않게 잘 흘러갔으면 좋겠다. @김스스로 87


작가의 이전글 눈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