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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작사 Jan 30. 2021

당신의 콘텐츠에도 소화제가 있나요?

01] 콘텐츠를 전달할때, '쉬운 설명하기'만으로 부족하다.


친한 친구가 동화작가 공모전에 나간다고 해서 창작 노하우를 전수해준 적이 있었다. 그때 거의 원데이 클래스 수준으로 3시간에 걸쳐 내 노하우를 전달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최대한 친절한 설명으로 무장한 채 친구를 만났다.


그러나 그날 나는 준비했던 것의 절반도 알려주지 못한 채 3시간을 날려버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의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내 설명을 이해하지 못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나는 마음 속 한구석이 조금 불편했다.

‘내가 설명을 너무 어렵게 했나? 거의 떠먹여주다시피 쉽게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


당시에 내가 생각하기로, 콘텐츠 제작의 미덕은 상대방에게 최대한 쉽게 설명하기였다. 상대방이 직접 수저를 들게 하지 않고 내가 '떠먹여주기만' 하면, 상대는 그저 그것을 쉽게 먹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안 되니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 고민을 한 이유는 내용 전달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내게는 치명타였기 때문이다. 스토리 작가로써나 마케터로써나 직무유기인셈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쉽게 설명하냐? 어렵게 설명하냐?"의 문제가 아니였다.




02] 상대방이 지식을 소화할 수 있게 기다려야 한다


문제는 내가 상대방이 '낯선' 지식을 소화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3시간 연속되는 강의 속에서 내 친구는 새로운 정보를 머릿속에 주입해야 한다. 아무리 쉬운 개념 설명이라고 해도, 그 친구에게는 낯선 개념이고 뇌에너지는 점점 소모된다. 하지만 나는 노하우를 전달하고 싶은 욕심에 계속해서 새로운 낯선 개념을 전달하였다.


아무리 쉬운 정보라고 해도, 계속 상대방의 머릿속에 주입을 시키면 뇌에너지는 조금씩 소모될 수 밖에 없다. 2시간짜리 오락 영화를 보고나서 한동안 머리가 멍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너무 많은 정보가 들어오면 뇌는 그것을  소화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다음의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 친구에게 필요한 것은  쉽게 알려주'기 아닌, '낯선 지식을 소화하는 시간'이였다. 그래서 그 지식이 머릿속에 확실하게 박혔을 때, 그제서야 나는 다음 설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걸 간과한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욕심 때문에, 계속 상대방에게 떠먹여준다. 그러면서 '나는 쉬운 설명으로, 상대방이 손 하나 까딱 안하게 하면서 좋은 콘텐츠를 떠먹여주고 있어' 라고 생각한다. 그것만이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에게는 소화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손을 쓰지 않느다고 해도, 음식을 쉬지 않고 먹는 것은 괴롭듯이 말이다


콘텐츠에는 콘텐츠의 지식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글쓰기에 글과 글 사이에 사진을 넣는 이유도, 단락과 단락 사이에 여백을 넣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소화시간을 주지 않고 계속 떠먹여주는 콘텐츠는를 만든 사람은, 결국 직무 유기를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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