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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설 Aug 09. 2020

말없는 위로

가끔은 그 어떤 말보다도 큰 위로가 되어 준다.


지금도 평온하진 않지만 20대의 나는 항상 불안했다.

막연한 미래가 불안했고, 제대로 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자기 검열했다.


그때의 나는 연애도 일도 쉽지 않았다.

조금 익숙해지나 싶으면 연애가 말썽이고, 일도 순조롭다 싶을 때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부모님의 품에서 떨어져 혼자 생활하며 이런저런 상황을 오롯이 혼자 겪다 보니 불 꺼진 자취방에 들어가는 게 유난히 싫었다. 그래서 길을 가다 울고, 집에 들어가서도 울고, 그땐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툭하면 눈물이 떨어졌다.


한창 그런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본가에서 엄마와 함께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우리 집은 아파트 10층인데 해가 잘 들어 낮이면 매우 따뜻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마저 평화롭게 느껴지던 그때, 갑자기 내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엄마 품에서 펑펑 울었고, 엄마는 한참을 우는 나의 등을 말없이 토닥이기도, 쓸어주기도 했다.

왜 우는지, 왜 그러냐는 놀란 기색도 없이 내가 다 울 때까지 가만히 다독여 주셨다.


눈물이 멈출 때까지 울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는데, 엄마는 해사한 얼굴로

“우리 딸이 요즘 많이 힘들었구나” 한마디 해주셨다.


평소의 우리 엄마라면 화들짝 놀라 “어머. 얘가 왜 이래.”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왜 울어”라고

내게 물었을 테지만 그날은 그러지 않으셨다.


그날따라 노오란 햇살이 비춰주는 집이 유난히 따듯해서였을까?

엄마와 오랜만에 앉아 TV를 보는 그 모든 게 너무 평화로워서였을까?


그때 왜 눈물이 쏟아졌는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던 것은 확실하다.


나도 지쳐있는 혹은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말없이 꼬옥 안아주고,

내 품을 내어주는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가끔은 그 어떤 말보다도 큰 위로가 되어 준다는 걸, 그날 엄마의 품에서 내가 느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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