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안아줄게
나는 백숙을 좋아한다. 사골국이나 곰탕, 설렁탕처럼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도 좋아한다. 사우나 할 때의 푸근함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다. 긴장되어 경직되어 있는 온 몸의 세포 하나 하나를 몽글몽글 부드럽게 풀어주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신기하게도 감정 노트가 나에게 주는 느낌도 딱 그거다.
내 안에 뒤죽박죽 얽힌 여러 생각들을 하얀 종이에 시원하게 늘어놓는 작업 자체가 후련함을 준다. 어떤 생각이라도 좋다. 그 어떤 생각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 그것이 감정 노트의 첫 번째 규칙이다. 내가 나에게 솔직할수록, 나는 더욱 자유로워진다.
감정을 노트에 적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보이지 않는 감정을 보이는 눈에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객관화하여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과 나를 분리하는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과 감정에 메여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것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므로 그 진실을 알아채기 위해서라도 보이지 않는 나의 생각과 감정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생각과 감정은 내가 아니다. 넓고 푸른 하늘을 지나가는 구름처럼. 그저 나를 스쳐 지나가는 일시적인 흐름일 뿐이다. 생각과 감정을 없앨 수는 없다. 그저 그것이 진정한 내가 아님을 알아채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이 내가 아님을 알면, 생각과 감정에 따라 출렁이지 않는다. 그 생각과 감정을 여유롭게 바라보고, 흐뭇하게 미소 지을 수 있게 된다.
어린 시절 겪은 환경에 따라 주로 나타나는 생각과 감정은 다를 것이다. 나의 경우, 돈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주를 이루는데, 이 감정들을 들여다보고 적지 않으면, 그 즉시 나의 머릿속 목소리는 말한다. ‘아직도 돈에 자신 없는 내가 싫어!’ 그리고 즉시 나 자신과 멀어진다.
하지만 내가 그 감정이 올라왔음을 알아차리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그 생각과 감정들을 노트에 적으면, 상황은 즉시 바뀐다. 여기서 핵심은 감정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감정이 거기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니가 거기 있구나.
괜찮아.
거기 있어도 괜찮아.’
그리고 더 나아가 그 감정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일루와,
내가 따뜻하게 안아 줄게.’
‘더 이상 불안하고 싶지 않아!’ 생각과 감정을 밀어내고 저항할 때는, 오히려 불안이 점점 커졌는데, ‘일루와, 따뜻하게 안아 줄게!’ 하고 감정을 인정하고 안아줄 때는, 불안이 점점 줄어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내 통제를 벗어난 존재가 아니라, 충분히 내가 다룰 수 있는 가벼운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불안하고 싶어!’라고 생각할 정도로, 오히려 내가 갖고 놀고 싶은 존재가 되었다는 것. 그게 가장 짜릿했다. 내가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것을 얻은 것 마냥 행복했다.
모든 것은 반복이고 연습이며, 훈련이며 습관이다. 꾸준한 실행을 통해 나 스스로 얻은 배움이 나를 진정으로 변화시킨다. 감정 노트 또한 마찬가지다. 쓰다 보면, 나만의 방법과 나만의 노하우가 생긴다. 그리고 그 길에는 반드시 나의 변화와 무한한 성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