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가운데에는 오래된 시계탑이 서 있었다.
그 시계는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장치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을 그 안에 저장할 수 있었다. 생일날의 웃음소리, 어린 시절의 햇빛, 혹은 마지막으로 잡았던 누군가의 손길. 그들은 시계탑에 와서 시간을 작은 병에 담아 맡겨 기록했다.
기쁨의 순간은 투명한 결정으로 변해, 탑 속 깊은 금고에 쌓였다. 사람들은 가끔 찾아와 그 병을 열고, 잊었던 따뜻한 기억을 다시 꺼내 보았다. 웃음소리가 되살아나고, 햇살이 눈앞에서 번져 나오는 기적 같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슬픔의 시간은 달랐다. 병에 담기지 않았다. 아무리 애써 저장하려 해도, 그것은 금세 녹아 흘러내리고, 공기 속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도 슬픔은 저장하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처음엔 그것을 축복이라 여겼다. 슬픔은 더 이상 기억되지 않고, 오직 기쁨만이 보존되는 도시. 눈물조차 증발해버리는 삶. 누구도 과거의 상처에 매이지 않았고, 도시에는 늘 환한 웃음이 넘쳐났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작은 균열이 생겨났다.
슬픔이 사라진 자리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공허가 남았다. 상실을 겪은 사람들은 그것을 곧 잊었지만, 잊어버린 자신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이유도 모른 채 멍하니 시계탑을 올려다보았다. 왜인지 알 수 없었지만, 마음속에는 채워지지 않는 빈틈이 있었다.
주인공은 어느 날, 금고 깊숙이 잠들어 있던 낯선 병 하나를 발견한다.
희미하게 빛나면서도, 어쩐지 온도가 낮고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병.
병을 열자, 오래전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슬픔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언젠가 다시 깨어날 때를 기다리며 어딘가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곧 알게 된다.
기쁨만을 기억하는 삶은 절반뿐인 삶이라는 것을.
그리고 도시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묻는다.
“우리는 정말로, 잊고 싶은 순간을 잊어도 되는 걸까요?”